경제

'탈원전' 정치가 우선인 전력 대책, 재앙 올까 불안하다

최만섭 2018. 7. 26. 10:09

[사설] '탈원전' 정치가 우선인 전력 대책, 재앙 올까 불안하다

조선일보
입력 2018.07.26 03:19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25일 "차질 없이 전력 수급을 관리할 수 있다"며 폭염 때문에 사용량이 늘어난 가정용 전기 요금을 한시 인하하는 방안도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기 사용 절감 캠페인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더 쓰라고 판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력 수요가 연일 정부 예측치를 넘어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는데도 아무 문제 없다며 낙관론만 펴고 있다.

백 장관 발언의 주안점은 올여름 원전 추가 가동이 폭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전날 대통령이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응하라'고 한 지시를 이행한 것이다. 국민은 전력 공급이 괜찮겠느냐고 걱정하는데 정부는 탈원전 정치가 우선이다.

다행히 이날은 무더위가 조금 나아져 전력 예비율이 9.8%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정부가 정한 11% 목표선을 밑돌았다. 그런데도 산업부는 기업들에 대한 전력 수요 감축 지시(DR)를 내리지 않았다. 지난 겨울 전력 비상 때 예비 전력 1000만㎾ 이상인데도 10차례 DR을 발동해 공장을 멈춰 세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탈원전에 따른 전력 부족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정부는 상점들이 문을 열고 영업하는 이른바 '개문(開門) 냉방'도 단속하지 않고 있다. 2012년부터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던 것을 작년 여름부터는 단순 계도만 하고 있다. 이 역시 탈원전의 문제점이 부각될까봐 몸을 사리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는 예비 전력량에 문제없다고 하지만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나 8월 둘째~셋째 주에 피크에 도달할 전망이다. 원전 한 곳만 가동 중단되면 공급량이 100만㎾ 이상 없어져 곧바로 비상경보 한계선인 500만㎾ 근처로 떨어지게 된다. 석탄·LNG 발전소 298곳도 사실상 풀가동 중이어서 더 늘릴 여력이 없다. 전문가들은 전국 발전소의 발전기들이 용량 한계선까지 가동되고 있어 과열에 따른 고장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전소 한 곳이라도 사고가 나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인 전력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2011년 같은 강제 단전 사태나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정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 몰린 것은 정부가 전력 수요 예측량을 너무 적게 잡아 예비 전력량을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이 시작된 7월 중순 이후 전력 수요가 정부의 예측치를 넘어서는 날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7월 셋째 주(13~20일)의 정부 예측과 실제 수요 간 오차는 최대 458만㎾에 달했다. 8일 중 5차례나 200만㎾ 이상 낮게 예상했다.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려 전력 수요 전망을 지나치게 낮게 하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정부는 작년 말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요는 배제해 전력 수요 예측치를 과도하게 낮춰 잡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전력 부족을 솔직히 인정하고 예비 전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대책으로 가야 한다. 국민에게 절전 협조를 구하고 필요하면 DR도 발령해야 한다. 전력 공급은 줄타기 곡예가 아니다. 재앙이 벌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