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 자동차 산업] [上] GM 떠난 호주를 가다
- 고비용 저효율, 한국과 판박이
GM노조, 철수 결정 앞둔 2012년 3년간 임금 22% 인상 밀어붙여
- 정부는 표 의식해 자금지원만
일자리 지키려 노동개혁 손 안대… 정권 바뀌고 지원 끊자 GM 떠나
- 공장 폐쇄 5개월, 경제 도미노 붕괴
협력업체 포함 5700명 직장 잃어… 부품산업 쓰러지고 식당도 폐업
지난달 28일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시 공항에서 차로 50분쯤 떨어진 엘리자베스 지역 GM홀든 공장. 남쪽 철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정문엔 '호주, 세계 최고 차를 만들자'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설비를 해체하는 인부들뿐이었다.1963년 가동을 시작한 공장은 작년 10월 폐쇄됐다. GM홀든은 호주인의 자부심이었다. 홀든은 1856년 마구(馬具) 제조사로 출발해 1931년 GM 자회사로 편입됐고, 1948년 호주 첫 완성차를 만들었다. 주변 식당 종업원은 "우리 자부심이었던 공장이 멈춰 한없이 슬프다"고 했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비싼 임금과 강성 노조, 노동자 표를 위해 보조금을 계속 지원한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망쳤다"고 지적했다.
- ▲ 철조망 쳐진 GM홀든 공장 지난달 28일 호주 남호주주(州) 애들레이드시 엘리자베스 지역 GM홀든 공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송원형 기자
◇위기에 잇속만 챙긴 호주 차 노조
공장 폐쇄가 결정된 2013년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GM 직원 170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4000여명은 지금은 없다. 연관 자동차 부품·서비스, 하도급업체들도 쓰러졌다. 지역 경제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달 28일 공장 주변 식당은 점심 시간에도 자리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식당 주변 상점 10곳 중 6곳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한 주민은 "내 주변에만 해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실직자가 많다"고 말했다. GM홀든 공장 부지는 현지 디벨로퍼(부동산개발회사)가 인수했고, 테마파크로 바꿀지를 검토 중이다.
호주 차 산업 붕괴의 가장 큰 이유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근로자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을 넘으면서도 생산성은 낮은 한국 자동차 산업과 판박이다.
◇경쟁력 강화 없이 자금 지원만 한 정부
정부의 전략 부재도 한몫했다. 호주 정부는 호주달러 강세, 고임금·저생산성 구조로 차 업체들이 위기에 빠지자 보조금을 지원했다. GM홀든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8억 호주달러(약 1조5000억원)를 지원받았다. 포드와 도요타도 매년 1억2000만 호주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자동차 업종 일자리 유지를 위해 포퓰리즘적인 자금 지원만 하고 구조조정이나 노동개혁을 위한 정책은 펴지 않았다. 2003~2004년 40만대에 달했던 호주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점차 추락해 GM이 철수를 발표한 2013년 21만대에 그쳤다.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GM은 또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2013년 보수 야당 연합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보조금 지원이 끊겼다. GM은 계산기를 두드린 뒤 철수를 결정했다. 고란 루스 남호주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 패턴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생산성 개선 노력 없이 자금만 지원해선 한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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