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새벽 3시 넘어도 夜食 배달… '배 나온 민족' 돼간다

최만섭 2018. 1. 4. 09:32

새벽 3시 넘어도 夜食 배달… '배 나온 민족' 돼간다

[초고속 '후뚱' 사회] [3] 배달 천국의 뚱보 국민

배달앱 전체 주문 20% 이상 오후 10시~ 새벽 3시에 몰려
전 국민이 치맥·곱창·족발 등 年 평균 2만~3만㎉ 섭취
"밤에 먹는 게 살찌는 지름길"

"새해는 무조건 몸짱이다! 가즈아! ('가자'의 유행어)"

몸무게 90㎏에 육박하는 직장인 최주원(30·가명)씨는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 청계산 정상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최씨는 "산에 오르면서 금세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려 평소 운동 부족을 실감했다"면서 "이번엔 반드시 몸짱이 되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산 정상을 정복했다"고 한다. 하산해서는 좋아하던 파전에 막걸리 대신 김밥 두어 줄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고, 저녁 식사도 평소 먹던 양의 절반만 먹었다. 그러나 당장 그날 저녁 위기가 찾아왔다. 새해 카운트다운을 기다리던 최씨에게 견디기 어려운 허기가 찾아왔온 것이다. 최씨는 결국 밤 11시쯤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거기 치킨집이죠?"

한국은 '24시간 야식' 문화

음식 배달 앱(app)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작년 5~11월까지 집계된 음식 주문 8400만건을 분석한 결과, 밤 10시부터 오전 3시 사이 접수된 야식 주문이 전체 주문량의 20%에 달했다. 주말(금·토·일)에는 이 비중이 25%로 올라갔다. 야식 인기 메뉴인 치킨(야식 전체 주문량의 46.7%), 한식·분식류(10.2%), 곱창·닭발 등(10.2%), 족발·보쌈(9.1%) 등은 하나같이 고열량·고지방 먹거리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이사(동국대 의대 교수)는 "늦은 밤에도 전화 한 통으로 야식거리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이라며 "편리한 배달 문화가 빈번한 야식 섭취로 이어져 '뚱보 민족'이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노화산업단장이 20~40세 성인 1만3000여 명(2010~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식습관을 분석했더니,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음식물 500kcal를 섭취하면 비만 발생 위험이 26%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 2조각이나 피자 1.5조각을 먹으면 발생하는 열량이 500kcal이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식 메뉴로 매년 막대한 칼로리를 섭취한다. 인기 메뉴인 치맥(치킨+맥주)은 전 국민이 매년 평균 2만4645kcal 섭취했다. 공깃밥(200g 기준) 91공기 분량이다. 강남성심병원·가천대 연구팀에 따르면, 저녁식사와 야식(오후 6시~오전 2시)으로 섭취한 칼로리가 하루 전체 섭취량의 57%에 달하는 집단은, 이 시간대 칼로리 섭취량이 하루 전체 섭취량의 18.2%인 집단보다 복부비만 발생 위험도가 1.3배 높았다. 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늦은 시간대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바로 잠에 드는 건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밤에는 합성 반응이 더 잘 일어나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많이 찐다"고 말했다.

야식 유혹 떨쳐내려면

바쁜 직장생활이나 과도한 스트레스 탓에 아침, 점심을 거르고 늦은 시간에 폭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야식 없이는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하루 음식 섭취량 대부분을 야간에 섭취하는 '야식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일반인 1~2%, 비만 환자 10%가량이 이 현대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한다. 위장 기능을 떨어뜨려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성 질환뿐 아니라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유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솔크연구소는 야식
극복 방법으로 "하루 중 먹는 시간을 통제하라"고 조언한다. 이 연구소가 하루에 15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는 비만 환자 8명을 모집해 16주 동안 하루 10~12시간 이내에만 음식을 먹도록 했더니, 최대 7kg이 빠지는 등 참가자 체중이 평균 4% 줄었다. 이들을 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요요현상' 없이 빠진 체중이 유지됐다"고 이 연구소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4/20180104002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