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上]
감기처럼 흔하지만 진료 꺼려… 한국 실제 환자 최소 120만명
자살률은 OECD 1위지만 우울증약 복용은 꼴찌 수준
우울증을 앓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숨겨진 우울증 환자'가 우리 사회에 적어도 60만명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약 64만명인데, 숨겨진 환자까지 합쳐 실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이 수치의 곱절인 최소 120만명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 조사' 연구책임자인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25일 "정신질환 역학 조사에서 우울증(기분 장애) 환자 중 절반(52.5%)만 병원 진료 등 정신 건강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반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소극적으로 말하는 응답자들 성향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우울증을 앓은 사람은 진료받은 인원(64만2011명)의 두 배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우울증 환자가 성인 인구의 4.54%인 214만5000여명(2016년 기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럴 경우 우울증 진료 환자 외에 숨겨진 환자가 15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상담·약물치료 등 치료 방법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 등으로 상담·진료받는 걸 유독 꺼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4명(2015년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지만, 우울증약(항우울제) 복용량은 1000명당 20.3DDD(1일 사용량 단위)로 OECD 29국 중
샤이니 멤버 종현(27·본명 김종현)이 우울감을 토로하며 사망에까지 이른 일을 계기로 또 다른 불행을 막으려면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치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기나 암에 걸리듯 우울증도 '걸리는' 뇌질환"이라며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