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行하면 면역력·호르몬 증가
세로토닌은 심혈관질환 예방하고 옥시토신은 고혈당·지방간 개선
취미 활동할 때보다 많이 분비돼
◇테레사 수녀 바라만 봤는데 면역력 높아져
기부·봉사를 비롯한 선행(善行)의 효과는 자기만족과 같은 감정적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선행은 면역력을 높인다. 이와 관련한 가장 유명한 연구는 '테레사 효과'를 증명한 미국 하버드대 연구다. 1988년 하버드대 행동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맥클린트 교수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학생 132명을 나눠 한쪽은 테레사 수녀가 봉사하는 모습을 50분간 보여줬고, 다른 한쪽은 보통 영상을 보게 했다. 그 뒤 이들의 침에서 면역항체(Ig A, 이뮤노글로빈A) 수치를 측정했다. 테레사 수녀의 영상을 본 학생들의 침에서 면역항체 수치가 즉각 상승했다. 효과는 최소 며칠에서 최대 몇 주간 지속됐다. 평범한 영상을 본 학생은 변화가 없었다.
침에 섞여 있는 면역항체는 세균·바이러스의 감염을 최전선에서 막는다. 선행은 부교감신경의 스위치를 켠다.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마찬가지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혈관이 이완되고 침 분비량이 증가한다. 이때 침 면역항체도 함께 많아진다. 선행이 면역력 증강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심혈관질환·대사증후군 예방하고 통증 개선까지
선행은 심혈관질환과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선행으로 인해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우울·충동을 완화하는 호르몬으로 유명하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세로토닌은 뇌보다 신체에서 훨씬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세로토닌은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 이상으로 신체 건강에 도움을 준다"며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소화가 잘 되게 하고, 혈소판의 응집을 막아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세로토닌이 식욕 억제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기분이 좋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배려 호르몬'이라는 별명의 옥시토신 역시 신체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일본 도치기현의 지치(自治) 의과대학 유코 매지마 교수팀의 연구에서 옥시토신을 체내에 투여했을 때 내장지방이 감소하고, 고혈당·지방간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나면 시소처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줄고, 이는 인슐린 저항성 감소로 연쇄 작용한다. 인슐린은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에 크게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할수록 대사증후군과 당뇨병 위험이 줄어든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감소하고 통증이 개선되는 효과도 나타난다.
◇선행은 세로토닌·옥시토신 생산하는 최고의 수단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꼭 선행을 해야만 세로토닌·옥시토신의 분비가 늘어나는 걸까. 기분이 좋아지는 다른 행동,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나 연인과 감정적인 교류를 할 때는 분비가 되지 않는 걸까.
결론적으로 두 호르몬은 선행을 할 때 더 많이 분비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영국 석세스(Sussex) 지역에 사는 60세 이상 은퇴자 129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 그룹은 일주일에 3회씩 봉사 활동을 하게 했고, 다른 한 그룹은 일주일에 3회씩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도록 했다. 3주 후 이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봉사 활동을 한 그룹의 경우 세로토닌·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쁨·행복과 관련된 호르몬으로는 세로토닌 외에도 도파민·페니에틸아민이 있다. 이들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도파민·페니에틸아민은 짧고 자극적인 쾌감과 연관돼 있다. 도파민은 반(反)작용이 큰 편이다. 음주·흡연·도박 등을 할 때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반면 세로토닌은 은근하고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도파민보다 작용 기간이 길다.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이시형 박사는 "매슬로우의 5단계 욕망 중 상위로 갈수록 세로토닌의 분비가 많아진다"며 "가령 애인끼리 선물을 주고받아도 기분이 좋을 수는 있지만, 선행에 비해서는 세로토닌·옥시토신 분비가 적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1/20171221002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