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초등학교부터 대학 동아리까지… 여성회장 시대

최만섭 2017. 12. 21. 08:58

초등학교부터 대학 동아리까지… 여성회장 시대

입력 : 2017.12.21 03:03

[女高男低 교육현장] [中] 리더십에서도 여성 파워

成大 65개 동아리 중 女회장 33곳
학년별 발표회 등 팀 활동서 두각… 협력·소통, 남학생보다 뛰어나

OECD 2015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 평가 남녀 비교표

서울 노원구 한 중학교 강당은 요즘 학년말 발표회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팀별로 나눠 팝송, 악기 연주, 군무(群舞) 등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들은 "계획 짜고 역할 나누는 등 연습 전반을 주도하는 건 모두 여학생들"이라고 말했다. 강당에서 연습을 지휘하며 "한 번 더!" 외치는 목소리는 대부분 여학생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리더십이라고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중·고·대학에서 여학생이 학생회장을 맡는 일은 흔한 일이고, 다양한 팀별 활동에서도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성적만이 아니라 리더십에서도 여학생들이 앞서가고 남학생들이 주눅 들어 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학업·리더십 모든 면에서 남학생과 당당히 경쟁하는 '알파걸(Alpha Girl)'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10년 만에 나타난 역전 현상이다.

◇여학생의 '공감의 리더십'

성균관대는 전체 65개 학생 동아리 중 여학생이 회장인 동아리가 33곳으로, 올해 처음 남학생이 회장인 동아리(32곳)보다 많아졌다. 동아리 회장들 모임인 동아리연합회 회장도 여성인 박드리(24·재즈댄스동아리 회장)씨가 맡고 있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 하는 연합회 회의에 가면 남자들만 있었는데, 갈수록 여자 대표가 늘어나서 나도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회장을 여학생이 하는 일이 이제 흔한 일이다. 학교 교사들은 "요즘은 남학생, 여학생이 학기별로 번갈아 가며 맡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24곳의 전교 회장 30명(회장 2명인 곳 포함) 가운데 남학생은 17명, 여학생은 13명이다.

여성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교 안팎에서 여성들이 우위인 '의사소통 능력'이 갈수록 강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수행평가나 조별 활동이 늘어나 다른 학생들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은데, 여학생들이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중계중 강재남 교사는 "예전엔 학교나 사회에서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인 리더십이 먹혔지만, 요즘은 남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면서 구성원들을 잘 배려하는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부분을 여학생들이 확실히 잘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계획적으로 꼼꼼하게 일을 추진하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성균관대 박드리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남학생 대표가 카리스마 있고 빛나 보일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진행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행사 준비를 할 때도 남자들은 '이 장소에서 하자'는 식으로 큰 그림만 그리지만, 여자들은 해당 장소에서 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분석하고 꼼꼼히 따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협력 잘하는 건 글로벌 현상

여학생들이 남과 협력하는 능력이 남학생보다 뛰어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초로 실시한 '2015 협력적 문제 해결력 평가'에서 여학생 평균 점수(515점)가 남학생(486점)보다 29점이나 높았다. 팀원들과 함께 컴퓨터로 채팅을 하면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평가 방식이었다. 평가에 참여한 51개국 전체에서 여학생 성적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OECD는 "협력을 잘한다는 것은 남에게 공감하는 능력(친화성)과 자발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는 능력(성실성)이 뛰어나다는 의미"라며 "여성들이 이 부분에서 남성들에 비해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협업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강조되는 덕목이다. 전문가들은 남녀 학생 모두에게 고정된 성역할을 주입하지 말고 다양한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진아 브랜드유리더십센터 소장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여자답다' '남자답다'는 식의 고정된 성역할을 주입하지 말고, 각자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방식과 평가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1/20171221003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