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17 03:10
원자력 에너지 비중은 너무 커도 안 좋지만 脈 끊어놓는 것은 문제
대도시 옆 추가 건설도 바람직스럽진 않아
울진·영덕으로 옮기 면2.5조원 손실 막을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신규 원전 중단, 가동 원전은 1차 수명 후 폐쇄, 기존 건설 계획(신고리 5·6호기) 백지화, 40년 후 원전 제로 등을 공약했다. 지금 논란의 핵심은 신고리 5·6호기 운명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총사업비 8조6000억원 중 1조4000억원을 쓴 상태다.
원전 건설은 설계, 원자로·터빈 등 설비 제조, 시공의 세 부문으로 나뉜다. 신고리 5·6호기는 설계 80%(1770억원), 원자로·터빈 54%(8800억원), 시공은 10%(3050억원) 진행됐다. 설비는 두산중공업과 460개 하도급 업체가 제작 중이다. 시공은 210개 업체가 맡았다. 5호기는 원자로 격납 건물이 올라가고 있고 6호기는 부지 정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건설 취소에 대비해 업체들에 '얼마 물어주면 되겠느냐'고 의견을 타진했다고 한다. 합계액이 대략 1조원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경우 매몰(埋沒) 비용은 2조5000억원이 된다.
신고리 5·6호기를 버리자는 논리는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탈핵(脫核)으로 가자는 것이다. 탈핵 선언국 중 독일·스위스·스웨덴은 국민투표나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대만은 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뒤 집권 후 실행한 경우다. 문 대통령이 탈핵으로 간다면 대만 모델이다. 대만은 일본처럼 지진이 많은 나라다. 우리가 탈핵을 결정한다면 국민 의견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자력에 관해선 많은 쟁점이 논의돼왔다. 그런데 잘 거론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다. 에너지 기술 진보의 불확실성(不確實性)이다. 미래 에너지 기술로는 풍력·태양광, 셰일가스, 이산화탄소 분리·저장 장치를 장착한 석탄발전, 바이오, 스마트그리드·대용량배터리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뭐가 최종 승자가 될지 불투명하다. 원자력은 안전성에서 불신받는 반면 미세먼지,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선 우월한 에너지다. 기술 불확실성이 있으면 미래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원자력 의존도를 너무 키워도 문제지만, 기술 인력의 대(代)를 끊어놔도 어리석은 일이다. 석탄 없애고 원자력을 버렸다가 신재생이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떻게 할 건가? 원자력 안전성 향샹과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획기적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때 가서 후회해봐야 늦을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의 또 하나 반대 논리는 지척에 대도시가 있다는 점이다. 고리원전 입지(立地)를 정한 것은 1967년이다. 50년 전과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고리·신고리 단지는 해운대에서 22㎞ 떨어져 있다. 350만 인구 대도시 옆구리에 원전을 계속 짓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입지를 바꿔 신고리 5·6호기를 옮겨 짓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 부지 조성이 끝난 울진이나 땅 매입 작업이 진행 중인 영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책임자는 '생각해본 일이 없는 안'이라고 했다. '어렵겠다'는 얘기도 했다. 입지가 바뀌면 많은 부분을 고쳐 설계해야 할 것이다. 건설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제작 중인 원자로 등 설비의 보관과 품질 관리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건설 허가를 새로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허가 심사에 보통 3년 걸린다.
신고리 5·6호기는 후쿠시마 사고(2011년) 이후 안전성 평가를 받아 건설 허가를 따낸 노형이다. 설계에서 최신 안전 장비들을 갖춰넣었다. 처음과 같은 강도로 안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