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보 수위 낮추면… 녹조 줄어 수질 개선된다지만 가뭄땐 타격

최만섭 2017. 5. 23. 06:34

보 수위 낮추면… 녹조 줄어 수질 개선된다지만 가뭄땐 타격

입력 : 2017.05.23 03:04

[4대강 감사]

보 水門 '상시 개방' 효과는

- 물 얼마나 맑아질까
수문 열어 물높이 1~2m 낮추면 고농도 녹조 발생 일수 75% 감소
일부 "水量 줄어 수질 나빠질수도"

- 생태계·취수 등 부작용 우려
수위 낮아지면 '물고기 길' 막혀… 지하수 수위도 낮아져 용수 차질

- 홍수·가뭄때 문제없나
사업 주체들 "한쪽만 본 발상… 심한 가뭄 닥치면 물부족 사태"

청와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함께 4대강에 설치된 6개 보 수문(水門)을 다음달 1일부터 '상시 개방'하겠다고 22일 밝혔다. 나머지 10개 보는 취수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 뒤 수문 개방 수준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수문을 열어 보에 갇힌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녹조 등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민관합동조사평가단을 꾸려 수문 개방에 따른 생태계 변화와 수질·수량 변화 등을 내년 말까지 조사한 뒤 그래도 수질이 나아지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재(再)자연화를 시도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이날 밝혔다. 경우에 따라 보를 철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투입해 2012년 대부분 사업을 완공한 4대강 사업이 5년 만에 존폐 갈림길에 선 것이다.

◇"수질 개선 위해 보 철거도 검토"

청와대가 4대강 보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린 표면적인 이유는 2009년 4대강 사업 착공 당시부터 제기된 수질(水質) 문제 때문이다. "강 한가운데 보를 세우면 물 흐름이 정체돼 수질이 나빠진다"는 주장이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은 물론 환경부 내에서도 제기됐다. 4대강 사업 완공 이후 낙동강 일부 구간에서 녹조가 심해지자 '녹조 라테'(녹조 핀 물을 비꼬아 만든 말)라는 말이 나오는 등 해마다 수질 문제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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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감사 지시 등을 발표하면서“낙동강 강정고령보〈사진〉를 비롯한 6개 보를 내달 1일부터 상시 개방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낙동강 4개 보(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와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보를 상시 개방 대상으로 정했다. 물 전문가들은 수문을 열면 어느 정도 수질 개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창녕함안보 등 5개 보 수위를 낮출 경우(0.7~2.5m) 고농도 녹조 발생 일수가 현재보다 약 75%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보 수위를 낮추면 부작용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우선 물이 차 있어야 제 기능을 하는 어도(魚道)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 물고기가 이동 못 해 폐사할 수 있고, 강 주변 농경지에 물을 대기 어렵거나,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영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방류량이 늘어나 유속이 빨라지면 땅이 패는 하상 세굴(洗掘)로 인해 보 구조물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청와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부작용이 없는 정도까지 보 수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렇게 수문 개방을 최소화할 경우 수질 개선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수질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수질 전문가는 "수위를 낮추면 수량이 줄어드는 반면 강에 유입되는 오염물질 양은 비슷하기 때문에 수질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면서 "유속 증가로 인해 수질이 개선되는 것보다 수량 감소에 따른 수질 악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4대강 추진 주체는 반발

4대강 사업은 홍수·가뭄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과거 정부의 민간 조사단 평가에서 드러났다. 최악의 경우 4대강 보를 철거할 경우 홍수와 가뭄에 대한 대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이에 "수질 개선을 위해 수문을 상시 개방하거나 보를 철거하면 4대강 사업의 본령인 치수 역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인환 단국대 명예교수는 "보 수위를 낮출 경우 자칫 가뭄에 필요한 수량을 충분히 확보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추진 주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기획단장 등을 지낸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은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이 '성급하게 추진됐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임기 내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데 미적거릴 부처가 어디 있느냐"면서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보를 상시 개방하라'고 하니까 국토부가 즉각
착수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 이후 주요 지역에서 홍수·가뭄 피해가 사라지고 국민성금 모금 같은 것이 없어진 것은 팩트"라고도 했다. 4대강 사업 당시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이번 정부 조처는 사안을 한쪽 측면만 바라본 편협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보를 다 개방한 뒤 극심한 가뭄이 닥치면 그땐 또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3/20170523001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