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바다의 毒' 플라스틱… 튜브·물레방아로 절반 줄인다

최만섭 2017. 5. 18. 06:55

'바다의 毒' 플라스틱… 튜브·물레방아로 절반 줄인다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7.05.18 03:00

    네덜란드 환경운동가가 제작
    해류의 길목에 1~2㎞ 튜브 펼쳐 떠다니는 플라스틱 모으는 원리
    수거된 폐기물은 산업용 재활용
    美선 물레방아 정화장치 개발, 3년 새 강 하구에서 680t 수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남태평양의 무인도 '헨더슨섬'은 과거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했다. 하지만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는 16일 이곳이 3800만개가 넘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덮여 있다고 밝혔다.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청정구역으로 꼽히던 섬이 일회용 면도기와 생수병 등 각종 쓰레기로 뒤덮인 '플라스틱 섬'이 돼버린 것이다.

    전 세계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되는 데 수백 년 이상 걸린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 새나 물고기가 증가하고 있고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인해 먹이사슬의 토대가 되는 플랑크톤의 성장까지 위협받고 있다. 해양 생태계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플라스틱을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바닷물 흐름 이용해 플라스틱 수거

    현재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51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넓은 지역에 퍼져 있어 수거하기도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이 정도 양이면 수거에 7만800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각국 정부나 환경단체가 해양 폐기물 수거에 30여 척의 배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최근 이런 고민을 덜어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네덜란드의 청년 환경 운동가에게서 나왔다. 비영리 단체 '오션 클린업'의 창립자인 보얀 슬랫(22)이 그 주인공. 슬랫은 지난 2012년 한 대중 강연에서 해양 플라스틱 제거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3150만달러(약 325억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그는 지난 11일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 플라스틱 정화 장치를 공개했다. 그는 "바다 스스로 플라스틱을 청소할 수 있는 장치를 내년 태평양을 시작으로 전 세계 바다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션 클린업의 해양 플라스틱 수거 원리 설명 그래픽
    오션 클린업이 개발한 정화 시스템은 바닷물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걸 이용한다. 해류가 원형으로 도는 길목에 길이 1~2㎞의 튜브를 '학익진'처럼 펼쳐서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튜브 밑에 달린 2m 길이의 폴리우레탄 벽에 막혀 모인다. 수영장에서 먼지와 같은 각종 부유물이 가장자리 벽을 따라 모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슬렛은 "5년 안에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산업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스포츠의류 기업 아디다스는 지난해부터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로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제작하고 있다. 미국 1위의 컴퓨터 제조사 델은 지난달부터 일부 노트북 포장재를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는 최근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시는 2014년 '물레방아 정화장치'를 개발해 지금까지 680t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성공했다. 높이 3m의 큰 물레방아와 컨베이어 벨트로 구성된 이 장치는 강 하구에 설치한다. 강물에 쓸려 온 쓰레기들은 장치 내 벨트를 거쳐 수거통에 담기게 된다. 미국 환경단체인 '오션 컨서번시'는 최근 10년 동안 자원봉사자의 손으로 전 세계 해안 주변에서 9만t의 플라스틱을 모았다.

    5㎜ 이하 폐기물이 독성 더 심각

    다양한 플라스틱 수거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는 아직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다. 미세 플라스틱은 치약이나 세안제에 첨가된 지름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한다. 독성을 가진 유해물질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뉴캐슬대 해양과학기술대 연구진은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를 통해 태평양 심해에서 잡은 옆새우에서 중국의 오염된 강에 사는 게보다 50배 많은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해 물질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붙은 채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거제 해역 바닷물 1㎥당 평균 21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싱가포르 해역의 100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재성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플랑크톤의 성장과 생식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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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18/2017051800078.html#csidxc44fa41c461aecb9dfadee1993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