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옆집 교통사고 났다고 車 없앨 건가… 원전 포기는 비현실적"

최만섭 2017. 7. 11. 06:48

"옆집 교통사고 났다고 車 없앨 건가… 원전 포기는 비현실적"

입력 : 2017.07.11 03:05

[反원전서 親원전 운동가로 변신… 美 '환경 진보' 셸런버거 대표]

- 원전이 현재 가장 싸고 효율적
신재생으로 전력 충당은 신기루
화석연료 발전으로 보충 필요… 결과적으로 오염물질 더 배출

- 한국은 원전 산업 선진국
원전, 안전성 높이면 가장 친환경… 한국의 세계적 기술 버리면 안돼
에너지 정책 졸속 결정 피해야

마이클 셸런버거(46)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 창립자 겸 대표는 환경운동가로선 드물게 '친(親) 원전' 입장에 서온 사람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 주요 언론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원자력은 가장 적은 양의 폐기물을 남기면서도 가장 많은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친환경적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그가 출연한 14분짜리 동영상 강의 '핵(核)에 대한 공포가 환경에 미치는 해로움'은 100만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서한을 들고 자비(自費)를 들여 한국에 왔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궁금했다.

5일 마이클 셸런버거(오른쪽) '환경 진보' 대표가 종로구에 있는 국민인수위원회를 찾아 미국 내 전문가 그룹 30명의 의견을 담은 서한을 지배현 사무관에게 제출했다.
5일 마이클 셸런버거(오른쪽) '환경 진보' 대표가 종로구에 있는 국민인수위원회를 찾아 미국 내 전문가 그룹 30명의 의견을 담은 서한을 지배현 사무관에게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이 서한에서“한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질 좋은 원자력발전을 하는 원전 선진국”이라며 새 정부의 원전 제로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마이클 셸런버거 제공
―한국과 어떤 인연이 있나.

"아내가 한국계 미국인이다. 지난 4월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초청으로 원전이 있는 경북 경주와 울진 일대를 둘러보고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주민들 얼굴에 우려와 두려움이 교차했다. 그러다 지난달 19일 한국의 새 정부가 원전 추가 건설을 중단하고 2060년까지 원전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 오기 일주일 전부터 밤낮없이 미국 내 에너지 전문가, 기후학자 등 30여 명을 직접 만나고 통화했다. 그들의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급히 날아왔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

"원전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대기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최고의 수단이라는 컨센서스가 전문가들 사이에 존재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새 프랑스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전 생산과 운영 능력을 보유한 나라가 많이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저렴하게 질 좋은 원자력 발전을 해온 한국이 원자력 발전에서 손을 뗀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한국이 원자력 사업에서 손을 뗀다면 중국과 러시아만 원전 수출 시장에 남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은 이것 역시 우려 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환경운동가가 '친(親) 원전'을 주장하는 게 이색적인데.

"환경운동을 처음 시작할 땐 나도 '원전은 위험하고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나서다. 10년 가까이 연구해보니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충당한다는 것은 신기루였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천연가스와 화석 연료 발전으로 보충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원전에 대한 내 믿음도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나니 안전성을 높여 나갈 수 있다면 원전이 여전히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믿게 됐다."

―한국의 새 정부는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원전 포기 정책은 현실성 없는 계획이다. 옆집(일본)에서 교통사고가 났다고 차를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난해 한국에서 태양광 및 풍력은 전력 공급의 1%와 0.35%를 담당했다. 원자력을 천연가스로 대체하려면 신규 발전소 건설에 230억달러의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되고 가스 수입에 매년 100억달러를 들여야 한다. 환경적으로는 원전을 모두 폐지했을 때 (화석 연료 등의 사용량 증가로) 2700만대의 휘발유 차량이 도로를 달리게 되는 것과 같아진다."

―지식인들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는데.

"넷플릭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전 재난을 다룬 한국 영화 '판도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 영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관람했다.) 원자력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된 영화다. 한국의 새 정부는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원전을 대체하겠다는데
나라의 명운이 걸린 에너지를 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원전은 악(惡)'이라는 프로파간다를 깨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국에서 머문 사흘간 시민 20여 명을 인터뷰했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이 원전 제로 정책을 재고하도록 뛰겠다. 에너지는 백년대계다. 시간을 두고 면밀한 계획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1/20170711001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