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04 03:11
참혹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디데이 날 수만 명 죽고 다쳐
부상병 향해 포탄 쏘지 않고 포로에게 가족사진 돌려주는
人間愛 없지 않았지만 전장에 神의 가호는 없었다
![남정욱 작가](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5/03/2017050302224_0.jpg)
20년 전 낮술을 마시고 이 영화를 봤다. 적게 마신 게 아닌데 영화 시작 오 분만에 술이 다 깼다. 이전까지의 전쟁영화를 보면 총에 맞아도 주변에 할 말 다한 뒤 "그럼 이만…" 하고 느긋하게 신체 활동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아니었다. 머리, 팔, 다리 등 몸통에서 뻗어나온 모든 가지들이 떨어져 나가고 부상당한 병사들은 "모르핀!"과 "마마!"를 외치며 죽어갔다. 오락영화 한 편 '때리러' 들어갔다가 지옥도를 보고 온 셈이다. 영화는 형제 넷 중 셋이 전사한 라이언 일가의 마지막 생존자를 찾아 어머니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노르망디를 헤매는 여덟 명의 레인저 대원 이야기다. 이 이상한 산수(算數)에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은 정밀하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5/03/2017050302224_1.jpg)
연합군 사령부가 북유럽 탈환 계획인 오버로드(大君主)작전을 입안한 게 1943년이다. 그리고 그 첫 타자로 준비한 게 1944년 6월 6일 0시 15분을 디데이로 잡은 넵튠 작전이었다. 날짜와 시간에 대한 암호명 디데이는 이후 보통 명사가 된다. 대서양 방어 사령관이었던 롬멜의 손님맞이 전략은 치밀했다. 이미 히틀러가 구축해 놓은 1300㎞에 달하는 대서양 방벽에 더해 체코 고슴도치(2m의 각진 기둥을 교차시킨 것으로, 보시면 안다) 등 수중 장애물 50만 개를 설치했고 500만 개의 지뢰를 묻었다(원래 매설 목표는 6000만 개). 초승달 모양의 노르망디 해안 오른쪽부터 유타, 오마하, 골드, 주노, 소드라는 별도의 작전명이 붙었다. '구하기'의 주인공 밀러 대위(톰 행크스)가 상륙한 곳이 오마하다. 이곳에 주둔한 독일 정예 352사단은 동부전선을 경험한 병사들로 미군 피해가 가장 심했다. 영화에서는 독일군의 시점으로 해변을 난사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기관총 진지만 90여 개 가까이 있었다. 상륙주정의 발판이 열릴 때마다 탄환들이 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병사들을 짓이겼다. 디데이 하루 동안 오마하에서 죽고 다친 미군은 2500명이었다.
전투 중 오로지 야만이 판친 것은 아니다. 포로들이 지닌 문서를 모두 없애라는 명령을 받은 한 미군 병사는 그들의 가족사진을 독일군 포로들의 주머니에 슬쩍 넣어주었다. 독일군 포로들은 "고맙습니다"라며 흐느꼈다. 의무병이 부상당한 낙하산병을 치료하는 동안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던 독일군 야전포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작은 미담으로 전쟁의 참상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이 작전으로 3000명 넘는 프랑스 주민이 죽었다. 노르망디는 프랑스 해방의 희생양이었다.
이 영화는 사실일까 허구일까. 미 육군은 형제를 같은 사단에 배치하지 않는다. 미 해군은 형제를 같은 배에 태우지 않는다. 그러나 전투의 규모가 클 경우 같은 날 죽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닐랜드 집안의 남자 넷은 2차 대전을 맞아 동시에 입대했다. 셋째와 둘째는 디데이 첫날과 다음 날에 전사했고 맏이는 미얀마 전선에서 실종되어 사망 처리된 상태였다. 막내만 살았는데 혹시 스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