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사설] '북핵 실험 억제'가 목표일 수는 없다

최만섭 2017. 4. 26. 08:37

[사설] '북핵 실험 억제'가 목표일 수는 없다

입력 : 2017.04.26 03:20

북한이 군 창설일인 25일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같은 대형 도발을 하지 못했다.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북은 대신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면서 화력 훈련을 벌였다. 북은 무슨 기념일 어간에 대형 도발을 저질러왔다. 그러나 김일성 출생일인 지난 4월 15일 열병식을 하고 이날 화력 훈련을 했을 뿐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물론 북이 앞으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거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당장 오늘이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협력하는 지금의 대북 압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석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미국은 이날 전략 핵잠수함을 부산항에 입항시킨 데 이어 칼빈슨 항모 전단을 27일쯤 동해상 해역에 진입시킨다. 선제타격과 요격 준비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북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중국 시진핑 주석 및 일본 아베 총리와 릴레이 전화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는 정상회담을 한 지 5일 만에 통화를 하더니 12일 만에 또 통화를 했다. 미·중 정상이 이렇게 특정 문제를 놓고 자주 의사 교환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청에 실제로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며칠 전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북핵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무리 군사 동맹이라고 해도 북의 핵과 미사일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또 만약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원유를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북이 다섯 번 핵실험을 하고 수없이 많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안 '쌍방 자제'만을 외치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트럼프가 이끌어낸 중국의 이런 변화가 북에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의 정권을 교체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도발은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북에 명시적·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유엔 안보리의 각국 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더 강력한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북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마치 목표를 이룬 듯 안주하려는 분위기다. 북을 압박하는 최종 목표는 추가 핵실험 억제가 아니라 북의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다. 북은 그동안 대화에 응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핵무기를 만들고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켜 왔다. 불과 2~3년 후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을 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원치 않더라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북이 30년 가까이 핵을 개발해온 역사 속에서 미·중이 함께 움직이는 최초의 기회다. 그러나 미·중의
협력이 어느 순간 거래로 바뀌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이 '북핵 실험과 ICBM 시험 동결'에 만족하는 선에서 거래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되면 우리만 피해자가 된다. 또 어정쩡하게 대화로 돌아가 지금의 이 초유의 압박 동력을 상실해버리면 2~3년 후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을 상대해야 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5/20170425035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