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얼굴 붉혀도 등 돌리진 않는다'는 北·中 관계, 뿌리가 흔들리나

최만섭 2017. 5. 5. 06:55

'얼굴 붉혀도 등 돌리진 않는다'는 北·中 관계, 뿌리가 흔들리나

입력 : 2017.05.05 03:28

北, 배신 등 언급하며 중국 비난… "핵이 北·中 친선보다 소중"
中, 北도발에 인내심 한계… 양국 관계 근본적 재조정 가능성

북한과 중국이 서로 전례 없는 설전(舌戰)을 벌이면서 '70년 혈맹'이라는 양국 관계가 일시적 충돌을 넘어 근본적인 재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대북 압박에 나선 중국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거듭된 경고에도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서로 '금기' 깨며 비난전

북한은 3일 조선중앙통신과 4일 노동신문에 연달아 게재한 논평에서 '중국'이란 단어를 24차례 쓰며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엔 중국에 섭섭한 일이 있어도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 '주변 나라' 등 우회적으로 중국을 지칭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중국을 직접 비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북한은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2015년 전승절 때 박근혜 대통령 초청 등 과거사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또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다"고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이례적인 반발은 "트럼프 정부에 협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 대한 분노"(김용현 동국대 교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매체들이 '추가 도발 시 원유 공급 중단'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용인' 등 초강경 대북 경고 메시지들을 발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마러라고 밀담' 직후부터다. 그러다가 이날 그동안 금기시되던 '조·중 상호원조조약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유효 시한이 2021년인 조·중 상호원조조약은 어느 한 쪽이 타국의 공격을 받게 되면 이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하고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토록 하는 '자동 개입' 조항을 핵심으로 한다. 중국 학계에서 이 조약이 사문화(死文化)됐다는 주장이 나온 적은 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환구시보가 이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중국 정부의 스탠스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얼굴을 붉힐 순 있어도 등을 돌리진 않는다(變�不��)'는 중국의 대북 정책 원칙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북의 다음 도발이 분수령 될 듯

외교가에선 "북·중 관계는 최근 대외적으로 갈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시진핑·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곪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시진핑 집권 직후인 2012년 12월 시진핑의 특사인 리젠궈(李建國) 당시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이 방북한 직후 장거리 미사일을 쏜 데 이어 두 달 뒤에는 3차 핵실험을 강행해 시진핑의 체면을 심하게 구겼다. 이에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와 2094호에 동참하면서 북·중 관계는 급랭기에 들어섰다.

더구나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2013년 12월)으로 양국 관계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2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에는 중국에서 김정은 정권과의 공존 자체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도발 자제를 요청해도 무시당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면서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감싸주기만 했던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정책 갖고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정책 면에서 어느 만큼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이 향후 양국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결정적 순간엔 중국이 자신들을 감쌀 것이란 믿음이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도발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5/20170505002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