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31 03:12 | 수정 : 2017.03.31 07:42
[박 前대통령 영장심사]
박 前대통령 자택서 10여분 대화… 현충원서 부모님묘 참배도
- 박 前대통령도 함께 울어
박지만 "심사 잘 받으시라", 박 前대통령 "미안하다"
- 박지만 결혼후 사이 좋아졌지만
박 前대통령 "귀한 가족 생겨" 기회 있을때마다 조카 사랑 표현
- 최순실 문제로 다시 벌어져
박지만 대선 뒤 "崔 조심해야"
박 前대통령 "왜 모함하느냐" 취임후 한번도 청와대 안불러
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4분쯤 아내 서향희씨와 함께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박 회장은 서씨와 함께 자택 2층에서 박 전 대통령과 따로 만나 10여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박 회장은 "영장 심사 잘 받으시라"고 위로했고, 박 전 대통령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동을 찾은 한 인사는 "누나를 만나고 나온 박 회장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큰누나 얼굴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누나도 같이 울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 출발한 지 10여 분 뒤 착잡한 표정으로 집을 나서 큰길까지 걸어갔다. 박 회장 부부는 이어 국립서울현충원에 들러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에 참배했다. 한 지인은 "마음이 안 좋은지 박 회장과 오후부터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법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도하는 심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박 전 대통령 취임식 때인 2013년 2월 이후 4년 만이란 얘기가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측근들은 "박 회장이 박 전 대통령 취임식 때는 참석하지 않았고, 지난 2014년 2월 서향희씨가 둘째 아들을 출산한 직후 박 전 대통령이 조카를 보러 병원에 잠깐 들렀고 이때 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남매 관계가 그만큼 소원했다는 방증이다. 박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누나 걱정을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며칠 전 박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날 아침까지도 삼성동을 찾을지 망설였다고 한다. 한 지인은 "'누나를 만나보라'고 여러 차례 권했는데, 박 회장은 '누나를 찾았다가 만나주지 않으면 도리어 누가 되지 않겠느냐'며 망설였다"고 했다. 이날도 친박계 의원들의 거듭된 요청 끝에 박 회장은 육사 동기인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과 함께 삼성동을 찾았다고 한다.
남매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갈등과 화해를 되풀이했다. 최태민씨와 그의 딸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주변에 머무는 게 갈등의 큰 원인이었다. 박 회장은 최태민씨가 박 전 대통령 주변에 머물며 물의를 일으킨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1990년 둘째 누나 박근령씨와 함께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누나를 최태민에게서 구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 관계는 박 회장이 2004년 서향희씨와 결혼하면서 한때 좋아졌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서씨 부모와 상견례 한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리며 "따뜻하고 귀한 가족이 생겨 참으로 기쁘다"고 적었다. 이후 2007년 박 회장 부부가 첫아들을 얻자 병원을 찾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조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애증이 교차하던 두 사람 사이가 다시 멀어진 것은 2012년 대선 직후라고 한다. 한 지인은 "남매는 지난 대선 직전까지만 해도 가끔 만났다"며 "그런데 박 회장이 대선 직후 '최순실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자, 박 전 대통령이 '왜 사람을 모함하느냐'라고 나무라면서 다시 멀어졌다"고 했다. "그 이후 박 회장은 직감적으로 '최순실이 누나와 나를 갈라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지인은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번도 박 회장 부부와 조카들을 청와대로 부르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사이는 지난 2014년 11월 최씨의 전남편인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결정적으로 갈라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정윤회-박지만' 암투설이 거론되자 2015년 1월 기자회견에서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며 박 회장을 질책했다. 그즈음 박 회장이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박 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