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사설] 하야·피살·자살·탄핵·구속의 대통령史 다음 차례는 누군가

최만섭 2017. 4. 1. 09:01

[사설] 하야·피살·자살·탄핵·구속의 대통령史 다음 차례는 누군가

입력 : 2017.04.01 03:20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감을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박 전 대통령은 무능과 아집이 합쳐진 국정 운영으로 민심을 잃었고 그 바탕 위에 최순실이란 불똥이 떨어지자 불길을 걷잡을 수 없었다.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거듭되는 현실 오인과 오판으로 모두 무산시켰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속은 유죄 판결이 아니라 수사를 위해 사람을 붙잡아두는 방편일 뿐이다. 이미 관련자들이 구속돼 있는데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전 대통령 구속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한 9명 중 이미 하야 1명, 피살 1명, 구속 2명, 자살 1명이었다. 이 충격적 기록에 탄핵과 거의 동시에 구속 1명이 보태졌다. 대통령 66%가 인간으로서 최악의 불행을 당했다. 불행을 모면한 3명도 말년에 만신창이가 됐다. 이 3명 중 2명도 박 전 대통령 경우처럼 재직 중에 문제가 불거져 조사받았으면 탄핵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에 이런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섭고 위험한 한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겠다고 오늘도 전쟁 같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자신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한다. 그러나 누구든지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정치가가 아닌 권력자가 되는 것이 우리 풍토다. 이 풍토는 대통령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대통령 비극 시대의 종언(終焉)으로 만들어야 한다. 각 당 대선주자들로부터 무엇 무엇 해주겠다는 사탕 발린 공약은 충분히 들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진 이 대선에선 각 후보가 구상하는 새로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미 거의 모든 후보가 2018년 6월 개헌을 약속했다. 개헌을 통해 제도적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대선과 관계없이 이 논의는 계속돼야 하고 가급적 대선 전에 그 시안(試案)이 국민 앞에 제시됐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31/20170331036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