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기로에 선 전직 대통령,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최만섭 2017. 3. 30. 09:35

기로에 선 전직 대통령,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등록 :2017-03-29 17:31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직 대통령이 구속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법정에서 직접 펼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일반의 예상을 깨고 그가 직접 출석하기로 한 것은 조금이라도 구속을 피해보려는 마지막 안간힘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종전의 태도를 바꿔 혐의를 시인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등의 반성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 올해 초 기자들을 불러모아 “완전히 엮였다”고 주장하고, 탄핵이 인용될 리 없다며 청와대 퇴거 준비조차 않았다던 그다. 검찰 조사에서 “내가 뇌물 같은 더러운 돈 받으려 대통령 한 줄 아느냐”고 눈물 흘리며 반박하고, 구속영장 청구도 전혀 예상치 않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니 아마 영장이 발부될 리 없다고 믿고 있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70여명이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법원에 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간의 수사 결과나 영장 내용을 봐도 당사자나 친박 의원들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이 보이는 태도에 비춰봐도 이제는 법과 원칙의 엄정함을 보여줄 때다.

90여쪽에 이르는 검찰의 구속영장은 특별수사본부와 특검을 오가며 쌓아놓은 증거들을 토대로 구속의 필요성을 꼼꼼히 설명해놓고 있다. 영장은 필요적 고려사항으로 ‘범죄의 중대성’을 들고 있다. 433억원의 뇌물에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의 범죄 혐의 모두 간단치 않은 것들이다. 여기에 증거인멸 가능성도 농후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시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하고, 해외 도피한 최순실과 차명전화로 통화하면서 수사에 대비했다. 검찰과 특검, 헌법재판소에 한번도 나가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최순실 등 공범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돼 있는 마당에 주범 격인 그를 불구속 처리한다는 것은 형평성 면에서도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그가 녹취록과 업무일지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까지 모조리 부인하면서 참모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으니 선처를 고려할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극단세력을 동원해 헌법적 절차조차 송두리째 뒤흔들려 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법원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