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3 03:04
[평창에 주는 교훈]
①올 아시안게임경기장 12곳중 7곳이 1972년 올림픽 시설
②올림픽 전 日정부와 백년대계
올림픽경기장 다목적 활용위해 동계 아시안게임 창설도 제안
그간 8차례 대회중 3차례 개최… 국제스키대회 등 유치 잇따라
③올림픽 후 스포츠·관광도시 도약
동네잔치에 불과 삿포로 눈축제, 200만명이 찾는 세계적 축제로
내부로 들어가보니 화장실이나 관중석 시설은 지저분한 곳 하나 없이 깔끔했다. 1972년 올림픽 당시 사진과 비교해 봤다. 천장의 조명 시설이 그대로였다. 경기장 담당자인 이즈미 쇼씨는 "45년간 쉴 새 없이 사용했기에 계속 유지·관리만 하면 됐다"며 "굳이 달라진 걸 꼽자면 인터넷 설비와 자판기가 추가로 들어선 정도"라고 했다.
실제 이 링크는 올림픽 폐막 후 시민에게 개방된 '스케이트 문화 센터'로 변신했다. 본지가 찾은 이날도 동계아시안게임 남녀 쇼트트랙 1000m와 계주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삿포로 사람들은 "1972년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천지개벽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올림픽 이전 삿포로는 현대적 난방 시설이 없어 겨울이면 매연으로 하늘이 검게 물드는 도시였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선 가장 컸지만 농·축산업 외엔 산업 시설도 거의 없는 '시골'이었다. 인구로는 일본 아홉째 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올림픽 이후 삿포로는 인구 기준 일본 4대 도시이자 아시아 최대 스포츠 관광 도시로 성장했다. 아시아의 동계 스포츠 전지훈련 1번지가 됐고, 한때 '동네잔치'였던 삿포로 눈 축제는 올림픽 이후 유명세를 타서 현재 하얼빈 빙등제·캐나다 퀘벡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겨울축제가 됐다. 매년 삿포로 눈 축제에 관광객 200만명이 몰려온다.
삿포로는 올림픽 개최 때부터 미래를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후지와라 요스케 일본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은 "유치 때부터 올림픽 시설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국제대회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돈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 인식이었다"고 했다.
실제 일본은 올림픽 이후 '동계아시안게임 창설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삿포로시와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동계아시안게임 개최 필요성을 아시아 이웃 국가에 설득했고, 1986년 제1회 대회를 삿포로에 유치했다. 아시아에 이런 수준과 규모의 동계 스포츠 시설을 갖춘 곳이 없었던 만큼 1990년 2회 대회도 삿포로에 돌아갔다.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8번 중 3번의 대회 장소가 삿포로다. 이 외에도 1991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2007년 FIS 노르딕 세계 스키 선수권 등 국제 이벤트를 잇달아 개최하며 '72년 올림픽 유산'을 살려 나가고 있다.
삿포로는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도 노린다. 전 세계적으로 비용과 환경문제 탓에 올림픽 유치 반대 여론이 거세지만 최근 삿포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60%를 넘었다. 삿포로 기업인들은 올림픽 유치에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의회는 유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45년간 스포츠와 관광이 융합된 산업으로서 올림픽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삿포로시 국제업무 담당자인 히데노리 도미타씨는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와 관광이 최고의 자원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스포츠 투어리즘을 진화시켜나가는 게 우리 시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현장을 방문한 문화체육관광부 유동훈 제2차관은 "평창도 삿포로의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법을 곱씹어
삿포로를 찾은 체육계 관계자는 "평창에도 관광객 발길을 붙잡을 자원이 많다"며 "삿포로처럼 올림픽 시설과 관광 자원을 연계한 스포츠 투어리즘을 살려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