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22 03:01
미래컴퍼니 '레보아이' 수술 성공
고영테크놀러지 뇌수술 로봇 '제노 가이드'도 올해 국내 출시
기술력 1위 미국의 90% 수준
"한국 의사들 세계적 수술 실력 로봇에 구현하면 세계시장 리드"
지난달 말 서울 세브란스병원의 한 수술실. 2m 높이 로봇이 환자 복부에 난 직경 1㎝가량 구멍에 수술용 팔을 꽂은 채 '윙, 윙'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수술대 옆 모니터에는 배 속에서 로봇팔에 달린 집게와 가위가 전립선을 떼어내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나왔다. 의사가 모니터를 보면서 게임기 같은 스틱을 움직이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로봇팔이 움직였다. 수술을 지켜보던 병원 관계자는 "사람 손으로 할 때보다 수술이 빠르면서도 출혈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모니터에 나오는 3D(입체) 몸속 영상을 보면서 수술 로봇‘레보아이’(오른쪽 위)를 조종해 수술 실험을 하고 있다. 모니터의 영상은 맨눈으로는 흐릿하게 보이지만, 3D 안경을 쓴 의사는 선명한 입체로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래컴퍼니의 복부수술 로봇‘레보아이’(위)와 고영테크놀러지의 뇌수술 로봇‘제노 가이드’(아래). /미래컴퍼니·고영테크놀러지
◇IT(정보기술) 산업에서 확보한 기술이 경쟁력
국내 기업들이 다빈치의 아성에 과감하게 도전한 것은 IT산업에서 확보한 기술력 덕분이다. 미래컴퍼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모서리를 정밀하게 가공하는 장비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다. 국내 대기업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IT 경기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해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했다. 회사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의료 분야에서 활로를 찾았다. 김준홍 대표는 "수술 로봇은 의사의 손이 움직이는 것과 똑같이 움직이도록 하는 정밀제어 기술과 영상 기술이 핵심"이라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로 습득한 기술이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은 국내 의료용 로봇 제어기술은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 대비 90%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미래컴퍼니는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600가지 넘는 안전 검사 항목을 통과하고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3D 측정 장비 제조업체 고영테크놀러지가 제작한 뇌 수술 로봇 '제노 가이드(Xeno Guide)'도 지난해 12월 식약처로부터 제조판매 허가를 받아 올해 국내 출시와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제노 가이드는 뇌수술 로봇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술대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반도체 칩에 있는 납의 양을 레이저로 측정하는 장비에서 세계 1위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뇌에서 환부를 찾는 정확도를 높였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며 올해 말쯤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있다. 큐렉소는 2007년 미국 회사로부터 인공관절용 수술 로봇 '로보닥(ROBODOC)'을 인수해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삼성서울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올 1분기에는 신제품 '티솔루션원(TSolution one)'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메디쎄이와 함께 디스크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
◇수술 로봇 시장 급성장
수술 로봇은 편리성에 환자 만족도까지 높이는 의료기술로 평가받으면서 전 세계 병원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의사는 손이 닿기 힘든 전립선암과 난소암 복강경 수술도 로봇팔로 쉽게 할 수 있고, 절개 부위가 적어 환자의 회복 속도도 빠르다. 뇌수술같은 초정밀 수술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수술 로봇의 강점으로 꼽힌다. 세계시장을 석권한 다빈치는 대당 250만달러(약 29억5000만원)의 고가 기기이지만 전 세계에 3600대 이상 설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최근 5년간 평균 16%씩 성장하고 있으며, 관련 시장 순매출액이 2015년 8조5419억원에서 2019년엔 1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 한양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 의사들은 독창적인 수술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이를 수술 로봇에 구현하면 세계 의료 로봇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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