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뒤늦게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내놓았으나 헌법재판소로부터 “부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본인 기억을 살려 다시 제출하라”며 퇴짜를 맞았다. 당일 그의 황당한 발언과 행적은 10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물론 온 국민을 참담하게 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의 진실을 감추려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관련자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은폐·조작을 시도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헌재에 낸 행적 자료는 그 뻔뻔함과 파렴치함의 결정판이다.
무엇보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구조의 골든타임을 허비해놓고도 아직도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당일 오전 8시52분 처음 전남소방본부에 접수되고 9시19분 방송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온 국민이 안타까움 속에 주목하고 있었는데도 대통령은 10시께야 안보실로부터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안 봤다면 주변 참모들은 뭘 했는가. 설사 서면보고가 사실이라 해도 한가하게 관저에 머물며 골든타임을 허비한 사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 그때라도 즉각 본관에 나와 군을 동원하거나 해경에게 인근 어선을 동원하게 하는 등 비상조처를 서둘렀다면 안타까운 생명을 구조할 시간은 충분했다. 안보실이 그 급박한 시간에 대통령 보고용 영상을 보내라고 해경에 황당한 독촉만 안 했어도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대통령이란 사람이 “제 할 것은 다 했다”더니 헌재에도 ‘관계기관의 잘못된 보고’와 ‘언론 오보’를 탓하며 발뺌에 급급했다.
그가 헌법 10조의 ‘생명권 보호 의무’ 수행은커녕 애초부터 그런 개념조차 없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올림머리에 시간을 허비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늑장 방문해 ‘구명조끼 발언’을 늘어놓은 것도 그렇지만, 그 직후에도 본관에 남아 구조를 지휘하기는커녕 다시 관저로 들어가 버린 것은 대통령 이전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염치와 양식이 의심스럽다.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7시간 행적 자료’ 그 자체로, 국회가 탄핵 사유로 밝힌 것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직무유기”가 명백함을 드러내 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즉각 대통령 자리에서 끌려내려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