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02 03:02
[2017 신년특집]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기고
對中 환율조작국 지정·고율관세, 북핵 압박용으로 쓰게 설득 필요
北이 비핵화 협상 적극 나서면 기존 입장·고정관념 틀 깨고
빅딜 위한 과감한 패키지 제시를
2017년을 맞는 한반도의 앞길은 어느 때보다 험난하고 암울하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도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북한은 핵개발 완성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고 미·중 관계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소용돌이에 빠진 대한민국은 국가의 진운(進運)이 걸린 선택의 기로에서 효과적인 대외 전략을 추진할 동력과 방향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는 법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가장 엄중하고 고질적인 위협인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대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모험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악화 일로를 걸어온 북핵 문제에 극적 돌파구를 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의 가치 체계에서 김정은 체제의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호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미·중 수교의 대전제이므로 역대 미국 행정부는 미·중 관계가 아무리 악화되어도 이를 도마에 올리는 것만은 금기시해왔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한 것은 제도권 정치인 출신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적이고 이단적 행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할 가능성은 없지만 중국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 협조를 거부할 경우 지불해야 할 대가를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안보팀과 최우선적으로 조율해야 할 일은 대중 압박 카드를 일단 북핵 문제 이외의 다른 현안 해결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북핵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까지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가 꺼내든 카드의 위력을 북핵 해결에 집중하지 않고, 모든 현안을 해결하는 데 분산시키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 못 하고 미·중 간 긴장 수위만 높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자극받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본격적인 대북 압박에 나선다면 북한은 평화 공세로 나올 것이다. 북한의 협상 요구에 감동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수용하는지다. 비핵화 공약 없이 핵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동결로 고강도 포괄적 제재를 일단 모면하려고만 한다면, 이는 기존의 핵 능력을 지키고 핵 보유를 정당화하려는 북한의 잔꾀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자세를 보인다면 우리도 기존 입장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빅딜을 성사시킬 과감한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의 선후 관계에 매몰될 필요도 없고 협상의 주체와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금년도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대북 정책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극약 처방이 중국을 움직여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의 압박에 못 이겨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려야 남북 관계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