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사설] 北 核실험 10년, 우리는 허송세월했다

최만섭 2016. 10. 10. 09:21

[사설] 北 核실험 10년, 우리는 허송세월했다

입력 : 2016.10.10 03:19

어제(9일)는 북이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10년 되는 날이었다. 북은 1993~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앞에서는 대화를 하고 뒤에서는 핵 물질을 추출하고 탄두를 만들어왔다. 10여년 만에 핵실험을 하더니 또 10년이 지나 핵무장 완성을 코앞에 두게 됐다.

이 긴 기간 동안 햇볕론자들은 북에 적절한 보상만 해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북이 핵을 개발하면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말한 사람도 있었다. 북은 그 시간 동안 핵 개발을 할 시간과 돈을 벌었다.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6자회담 대표를 지냈고 미국 내 대표적인 대화론자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 대사도 이젠 북에 절대 협상용 당근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야당들은 여전히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받들며 '대화를 하던 시기에는 북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궤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이 문제 하나조차 결산하지 못해 북핵 앞에서 매번 갈라지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이전 정권들의 실패 위에서 햇볕 아닌 압박 정책을 폈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결과는 북의 핵무장이다. 북핵을 막지 못한 책임의 경중(輕重)은 분명히 있으나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제재와 압박의 열쇠를 쥔 중국도 바꾸지 못했다.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북핵 없애겠다고 북 정권 무너뜨리지 않는다'는 중국의 기본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

북의 핵 실전 배치가 코앞에 왔는데 우리는 아직도 킬 체인,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도 구축하지 못했다. 성능 한계가 뚜렷한 방어망인데 그조차 구비하지 못한 것이다. 미군 사드 배치도 논란에 부딪혀 있다. 유사시 북 지도부를 제거할 특수부대 하나 육성해 놓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북 대량 응징 보복 개념에 대해 국방 장관은 '선제 타격'이라고 하고 합참의장은 '북핵 공격 뒤 보복'이라고 거의 정반대 얘기를 했다. 이게 북 핵실험 10년을 맞은 우리의 실상이다.

북핵 대응은 지난 10년, 20년간 우리가 허송세월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제 생명 지키는 일을 외국군에 맡기고 우리끼리 싸우면서 시간을 낭비한 결과가 우리 목 앞까지 들어온 북핵이라는 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