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29 03:03
[2016 영화 결산] 전문가 31명·관객 508명 설문
최고 외국영화, 관객은 '시빌 워' 전문가는 '라라랜드' '다니엘…'
가장 과소평가된 영화는 '우리들'
올해 개봉한 영화는 1400여 편.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또 영화를 '업'으로 살아가는 전문가들은 어떤 영화를 최고로 꼽았을까.
한 해 영화를 결산하며 두 갈래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CJ CGV 리서치 센터에 의뢰해 올해 6회 이상 영화를 관람한 회원 508명에게 '올해 최고의 한국·외국 영화'와 '과대·과소평가된 영화'를 물었다. 또 영화제 프로그래머, 평론가, CJ·롯데·쇼박스·NEW 등 투자배급사 임원, 제작사·수입사 대표 등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전문가 31명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표〉.
◇한국 영화, 이구동성 '곡성'
관객들은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로 '곡성'(감독 나홍진)과 '부산행'(감독 연상호)을 선택했다. 두 영화는 관객 투표에서 각각 40.9%와 40.6%를 얻어 '곡성'이 간발의 차로 1위였지만, 통계 오차 범위를 감안하면 공동 1위로 봐도 무방할 만큼 호각이었다. '곡성'에 대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김성경 이사는 "불가사의한 강렬함과 에너지를 품었다"고 했고,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상무 상무는 "영화 보는 것이 감독과의 줄다리기 같고, 본 뒤에도 가장 많은 얘깃거리를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부산행'에 대해 부산영화제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좀비 장르의 역사에 길이 남을 수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곡성'과 공동 1위로 윤가은 감독의 성장 영화 '우리들'을 선택했다. 똑같이 16표. 윤 감독은 전문가들이 뽑은 '올해의 발견'으로도 선택받았다. '부산행'은 4위(13표)였다.
◇관객은 '라라랜드'보다 '시빌 워'
올해 최고의 외국 영화에 대한 관객과 전문가의 시선은 엇갈렸다. 관객들은 올해 외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868만명)을 올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관객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바라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던 영화"(영화인 신유경 대표)였다. 관객 투표에선 또 '주토피아' '신비한 동물사전' '닥터 스트레인지' 등 박스오피스에서 호성적을 거둔 영화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전문가들은 21표를 얻은 '라라랜드'(감독 데이미언 셔젤)와 15표를 얻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감독 켄 로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라라랜드'는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잡은 뮤지컬 영화"(부산영화제 김동호 이사장)이자 "로맨틱하고 황홀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영화진흥위 김세훈 위원장)라는 평을 받았다. 관객 투표에서 '라라랜드'는 4.1%,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0.4%의 지지를 얻었다.
◇과대·과소평가된 영화들
관객과 전문가 그룹의 판단은 이 항목에서도 엇갈렸다. 과대평가된 영화로 관객들이 첫손에 꼽은 '아수라'(20.9%)는 전문가들이 꼽은 과소평가된 영화 1위(7표)였다. 김봉석 평론가는 '아수라'에 대해 "너무 늦게 도착했고, 너무 적나라하게 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관객들이 과소평가된 영화 1위로 꼽은 '덕혜옹주'(10.4%)는 전문가들에겐 과대평가된 영화 3위(6표)였다. 관객들은 '귀향'(9.6%)을 두 번째 과소평가된 영화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역시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7표)을 '아수라'와 함께 가장 과소평가된 영화로 선택했다.
"여배우 기근 속 단비 같은 존재" 김태리
올해의 발견, '아가씨' 김태리… 감독으론 윤가은·연상호 꼽혀
소녀들의 맑고 아픈 성장영화 '우리들'을 만든 윤가은 감독은 '올해의 발견'으로 꼽혔다. 전문가 투표에서 24표를 얻어 압도적 1위. 관객 4만7000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영화로 윤 감독은 부일영화상, 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상 등의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전주영화제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작은 아이들의 세계 안에 우주의 이야기를 담는 재주를 보여줬다"고 했고, 윤성은 평론가는 "섬세하고 투명하고 집요하다"고 했다. 투자배급사 쪽도 칭찬 일색.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상무 상무는 "현실 문제를 통해 관객 스스로 자신과 주변을 성찰하게 만드는 연출력"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올해 유일한 천만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14표를 얻으며 윤 감독에 이어 2위였다. 전주영화제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연상호의 해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을 '올해의 발견'으로 꼽은 이도 많았다(8표).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도 "차세대 봉준호"(김형호 분석가)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배우 가운데서는 '아가씨'의 김태리가 단연 '올해의 발견'으로 꼽혔다(15표). 그 역시 올해 주요 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충무로를 이끌어 갈 여배우의 탄생"(CJ E&M 권미경 상무), "여배우 기근의 한국 영화계를 이끌 단비 같은 존재"(쇼박스 정근욱 상무)였다. '곡성'에서 '뭣이 중헌디'를 유행어로 만들었던 김환희는 "이만큼 강렬한 느낌을 전해준 배우는 없었다"(오동진 평론가)는 평을 받았다. '동주'의 독립운동가 송몽규 역 박정민, 별명이 '독립영화 전도연'인 '연애담'의 이상희를 꼽은 이들도 있었다.
※전문가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총 31명, 분류·인명 가나다순)
▲기관 김세훈(영화진흥위)·이경숙(영상물등급위) 위원장 ▲수입배급사 김난숙(영화사 진진) 백명선(판씨네마) 유현택(그린나래 미디어) 정상진(엣나인 필름) 대표 ▲영화제 김동호 이사장 이수원 프로그래머(이상 부산국제영화제) 이상용·장병원 프로그래머(이상 전주국제영화제) ▲제작사 길영민(JK필름) 김형준(시그널픽쳐스) 심재명(명필름) 원동연(리얼라이즈픽쳐스) 최낙권(굿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