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北주민들 낮엔 김정은 만세, 밤엔 이불 쓰고 한국영화 본다"

최만섭 2016. 12. 28. 06:53

"北주민들 낮엔 김정은 만세, 밤엔 이불 쓰고 한국영화 본다"

입력 : 2016.12.28 03:04

[태영호 前북한공사 기자 간담회]

- "김정은 공포통치, 김정일 능가"
"주민 신분증 검사할 때도 달라
보안요원들, 김정일 시절엔 공손… 지금은 기관총 겨누며 신원 확인
실세 조직부부장도 CNN 못봐"

- "北외교관 월급 말하기 부끄럽다"
"英대사 1000달러, 공사 800달러… 가족들 대사관서 집체 생활"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는 27일 국내 언론과의 첫 만남에서 김정은의 폭정 속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론 받드는 체하면서 속으론 배반한다)가 몸에 밴 북한 엘리트층의 실상을 증언했다.

김정은의 '공포 선행 정치'

태 전 공사는 "지금 김정은 체제는 내부적으로 썩어들어가고 있다. 낮에는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만 밤에는 이불을 쓰고 한국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며 "이런 동향을 잘 아는 김정은은 주민과 간부들을 감시하면서 공포통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정권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가장 숭고한 사랑마저 악용해 해외 상주 직원은 자녀 중 1명을 북한에 인질로 잡아놓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망명한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가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의 공포 정치를 설명하며 양손으로 총을 쏘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행사장에 기관총… 김정은식 공포정치" - 지난 7월 망명한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가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의 공포 정치를 설명하며 양손으로 총을 쏘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김정일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일례로 김정일 시절의 대규모 행사 때는 보안요원들이 공손하게 주민들 신분증을 검사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엔 군복 차림의 보안요원들이 기관총을 겨누며 신분증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이를 '공포 선행 정치'라고 부르며 "사람이 가진 공포심을 먼저 자극해서 절대 들고일어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감시는 모든 (영역의) 말단까지 미치고 있다"며 "10명도 안 되는 공관에는 전임 감시요원들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공사가 대사 감시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동료를 감시해서 보고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한국 드라마 보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눈감아준다. 북한 일반 주민은 물론이고 엘리트층도 기회주의적으로 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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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통일 대한민국 만세" - 태 전 공사는 이날“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오른쪽 사진)한국 드라마 '엄지 척' - 태 전 공사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설명하면서는“북한 사람치고 한국 영화·드라마 못 본 사람은 없다”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나도 '김정은 만세'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고 기회주의적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영국에서 각이(各異)한 계층을 만나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그런 북한 체제를 홍보할 수 있느냐고 얘기한다. 직무상 북한 체제를 옹호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조직부 부부장도 CNN 못 봐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외부 정보 유입이 철저히 차단된 상태에서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 한국이나 외국 언론은 대남부서와 외무성 일부 직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 노동당 핵심 엘리트인 정치국 위원들조차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고위직도) 국가에서 제공해주는 '참고통신'이나 '자료통신' 등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 볼 수 있다"며 "(노동당 최고 실세 부서인) 조직지도부의 부부장이 외무성에 가도 미국 CNN이 나오는 방에는 접근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는 "김정은(정권)은 마지막이라고 단언코, 확고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권 수립 7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공포정치와 처형이 유지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며 "북 주민들은 물론 엘리트층도 북한의 이러한 세습 체제엔 미래가 없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부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별의별 조치를 다 한다"며 "저같이 외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알지만, 북한에 들어가서 말하지 못한다. 외국에서 살다 들어간 애들한테도 감시를 붙인다"고 했다.

가난한 북 외교관

북한 외교관들의 월급을 묻자 태 전 공사는 "말하기 부끄럽다"며 "그걸 갖고 어떻게 사느냐고 할 정도로 적다"고 했다. 영국에선 대사가 900~1100달러, 공사·참사는 700~900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북한 사회 자체가 병영이고, 대사관은 북한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대사관에서 가족들이 집체생활을 한다. 전기세, 물세 등은 국가가 대주고 외교관은 식의주(의식주) 비용만 소비하기에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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