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설] 美 "김정은 바로 죽는다"는데 이런 나라 처지로 감당하겠나

최만섭 2016. 10. 15. 06:37

[사설] 美 "김정은 바로 죽는다"는데 이런 나라 처지로 감당하겠나

입력 : 2016.10.15 03:08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북한이 핵 공격을 수행할 향상된 능력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김정은은) 바로 죽는다"고 말했다. 기자 간담회라는 공개 석상에서 작심하고 한 발언이다. 북이 핵을 실전 배치만 해도 김정은이 즉각 공격받을 것이란 뜻인지 아니면 핵 공격 징후를 보이면 죽을 것이란 의미인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죽는다(die)'는 비외교적이고 직설적 표현이 전문 외교관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북이 지난달 8일 5차 핵실험 도발을 한 이후 선제 타격과 관련한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전 합참의장이 위협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 타격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주요 언론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그러다 이번에는 미 정부에서 동아시아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당국자 입에서 "죽는다"까지 나온 것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외교와 군사가 복합돼 수행돼 왔다. 외교가 벽에 부딪히면 군사 조치가 실행된다. 미국은 1차 북핵 위기 때인 1994년 선제 타격 실행 직전 단계까지 갔다. 외교로 북핵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지금, 미국이 군사 조치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물론 선제 타격은 아직 이론이나 도상 작전 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대북 군사 조치라는 일종의 '금기'가 지금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선제 타격이 실제로 실행될지, 언제 감행될지, 어떤 방식일지, 그 결과는 어떤 것일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피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북이 끝내 핵무장이라는 마지막 한계선을 넘고 그것이 우리 안보에 미칠 악영향이 선제 타격에 따른 피해를 능가하는 것이 명백해지면 국내에서도 불가피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가 원치 않아도 외통수 길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교적 해결은 포기할 수 없다. 다만 군사적 대 비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미국과 의사소통하는 데 만전을 기하면서 국론도 결집시켜야 한다. 지금은 어느 하나 미덥지가 않다. 국가 리더십은 오래전에 실종됐고 부질없는 권력 싸움, 아집만이 횡행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최대 안보 위기 상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과 정부부터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