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꼴찌 탈출… 르노삼성만 잘나가는 까닭

최만섭 2016. 12. 19. 09:06

꼴찌 탈출… 르노삼성만 잘나가는 까닭

  • 신은진 기자
  • 입력 : 2016.12.19 03:00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 목표 달성 유력]

    - 新車 개발 효과
    SM6 중형차 시장 9개월째 1위, QM6 SUV 부문서 싼타페 제쳐

    - 첨단 장치 전략
    고급 운전자 안전·편의장치, 국내 최초·동급 최초 20종 넘어

    - 노사 관계 개선
    "일하면서도 교섭 가능하다"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연말 결산을 앞두고 요즘 국내 자동차 회사 CEO(최고경영자)들 얼굴은 어둡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현대·기아차에 이어 한국GM까지 국내 1~3위 회사들의 연간 판매 목표 달성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창사(創社) 이래 처음으로 연간 판매 목표를 낮춰 잡았던 현대·기아차는 이마저도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이고, 한국GM 역시 당초 내수 판매 목표를 1만대 이상 낮췄지만 달성이 불확실하다. 5위 쌍용차도 11월까지 내수시장 누적 판매 9만2854대로 목표치인 11만대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반면 지난해 '꼴찌'였던 르노삼성은 40% 성장을 이뤄내며 당초 목표였던 '내수 10만대'를 가뿐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꼴찌 자리에서도 탈출했다. 유독 르노삼성만 잘나가는 비결은 뭘까.

    SM6와 QM6 연타석 홈런

    '절치부심 권토중래'. 올 1월 SM6를 언론에 공개하는 행사에서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당시 부사장)이 무대에 올라 처음 한 말이다. 르노삼성이 SM6를 내놓기까지 과정과 당시 임직원 분위기를 응축한 말이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최하위를 기록했고,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 사장은 "SM6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5개 자동차 회사의 내수 판매 그래프
    '공언'은 약 1년 뒤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출시된 SM6는 지금까지도 신차 효과를 발휘하며 올해 신차 중 가장 많은 누적 판매(5만904대)를 기록했다. 이는 출시 당시 올해 판매 목표치였던 5만대를 훌쩍 넘은 것이다. 또 중형 자가용(택시·렌터카 등 제외) 등록 대수에서도 9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올해의 자가용'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 11월까지 SM6는 4만5051대가 자가용 등록을 하면서 같은 기간 3만2162대인 현대차 쏘나타를 크게 앞질렀다.

    여기에 지난 9월 출시한 SM6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버전 QM6까지 가세, 판매량 증대를 이끌었다. QM6는 지난 10월 4141대를 팔아 국내 SUV 시장 절대강자 현대차 싼타페(4027대)를 제치고 기아차 쏘렌토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이변도 일으켰다.

    첨단 장치 공세와 합리적 노사관계

    르노삼성이 이렇게 판매 실적 증대를 이끌 수 있었던 건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서, 기술 변화를 발 빠르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SM6는 먼저 모델명부터 기존 SM5 대신 SM6로 격상하며 '중형 위 중형' 전략을 펼쳤다. 20종이 넘는 국내 최초, 동급 최초 고급 안전장치와 편의장치를 장착, 준대형차 시장까지 넘보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SM6는 최고급 모델 판매 비중이 45.3%로 차상위 모델까지 포함하면 고급 모델 판매 비중이 전체의 88.5%를 차지한다.

    반(半)자율주행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첨단 운전자보조장치(ADAS)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지난 3월 출시한 SM6는 동급 최초로 올 어라운드 파킹 센서(전·후방뿐 아니라 360도 전방위로 장애물을 감지)를 적용하고, 충돌 위험 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제어해주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S),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 오토매틱 하이빔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포함된 'ADAS 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그 뒤로 K5나 말리부 등 다른 회사 중형차도 비슷한 시스템을 속속 도입했다.

    노사(勞使)관계 개선도 촉매 역할을 했다. 2011년 -3000억원, 2012년 -2000억원 등 계속되는 적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조는 두 번이나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다. 또 올해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르노삼성차의 부활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노사는 쟁의행위 없이도 기본급 3만1200원 인상, 신차 출시 격려금 300만원을 포함한 인센티브 800만원 지급 등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을 협상 전략으로 당연하게 취급하던 국내 자동차업계 노조들에 '일하면서도 교섭이 가능하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현대차가 노조 장기 파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 생산 차질을 입고, 노조 역시 장기간 잔업과 특근 거부로 임금이 줄어드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을 초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합리적인 노사관계로 르노삼성은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받았고, 그 결과 중형차와 SUV 시장에서 돌풍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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