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사설] 朴 대통령 탄핵소추, 이제 대한민국의 나침반은 法治다

최만섭 2016. 12. 10. 07:03

[사설] 朴 대통령 탄핵소추, 이제 대한민국의 나침반은 法治다

입력 : 2016.12.10 03:09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34표로 가결 정족수(재적 3분의 2·200명)를 훨씬 넘겨 통과됐다. 야 3당과 무소속 전체가 찬성했다 쳐도 그보다 60여명이 많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절반 가까이가 대통령 탄핵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오후 7시 3분 직무가 정지됐고 국군통수권 등 대통령 권한은 황교안 총리에게 넘어갔다. 박 대통령은 길게는 6개월이 걸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직무 정지 직전 소집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헌재 심판과 특검 수사에 담담한 마음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난 두 달여 동안 초유의 국정 농락 사태로 혼돈에 빠져 있었다. 최순실 등은 대통령을 이용해 정부 장·차관 자리를 주무르고 기업으로부터 돈을 갈취했다. 국회는 탄핵안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배반한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검찰 공소장에도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해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인 4~5% 선까지 떨어졌다. 대통령도 세 번이나 담화를 통해 사과하거나 조기 하야까지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헌정사에 기록될 오점이자 비극이다.

그러나 탄핵까지의 과정에서 확인된 국민들의 역량은 우리가 스스로를 다시 쳐다보게 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집회 때마다 과격 발언이 나오거나 폭력 조짐이 보이면 평범한 시민들이 제지했다. 아무런 불상사 없이 결국 헌법 절차대로 매듭지어질 수 있게 된 것은 그 덕분이다. 나라와 국민이 그만큼 성숙했다. 이것을 '2016년 국민의 명예혁명'이라고 부른다 해도 결코 과찬이 아니다.

하지만 나라 사정을 보면 지금 아무도 자찬(自讚)에 빠져 있을 수 없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경제·안보 위기가 눈앞에 와 있다. 이 상황에 대통령 탄핵소추로 국가 최고 리더십이 대행 체제로 운영돼야 하는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탄핵소추가 혼란의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끝이 돼야만 하는 것은 자명(自明)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즉각 하야' 요구를 되풀이했다.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탄핵은 헌법 절차로서 문 전 대표 등 야당이 요구한 것이다. 책임 정당이라면 자신들이 요구한 법 절차가 시작됐으면 그에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고 법을 넘어서자고 하는 것은 나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군중에게 영합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관철한 야당은 법을 지켜달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무거운 책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적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에 예상치 못한 긴급 사태가 터질 경우 대처해야 할 책임은 황 대행이 질 수밖에 없다. 황 대행이 야권과 소통하면서 탄핵 정국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정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09/20161209025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