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2016·12·9 표결

朴대통령, 국무위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생했다, 미안하다"

최만섭 2016. 12. 10. 06:47

朴대통령, 국무위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생했다, 미안하다"

입력 : 2016.12.10 03:00

[朴대통령 탄핵안 가결]

탄핵 가결 직후 간담회서 눈물… 어제 오후 7시 3분 권한 정지

- "헌재 결정 때까지 합심해야"
"제 불찰 탓… 국정공백 없어야
나라 미래 위한 국정과제까지 진정성 의심 받아 안타깝다… 민생 안정 각별히 챙겨달라"
- 靑참모진, 무거운 분위기
"예상보다 탄핵 찬성 많아 침통… 떨어지는 바늘 소리도 들릴 정도"

박근혜 대통령은 9일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직후 청와대 영상 국무회의실에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갖고 "저의 부덕과 불찰로 이렇게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되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탄핵안이 통과된 이상 '조기 퇴진' 없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가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청와대 참모들은 예상보다 큰 찬성표로 탄핵안이 통과되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권한 정지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고 계신 국민의 심정을 생각하면 참으로 괴롭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도 "밤낮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에 여념이 없는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 여러분께 더 많은 어려움을 드리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저는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지금의 혼란이 잘 마무리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4분 54초간 차분하게 말을 했지만, 일부 대목에서는 목이 잠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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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왼쪽에서 둘째)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일호 경제부총리, 황 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안정적 국정 운영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특히 서민과 취약 계층의 삶 등 민생 안정에는 단 한 곳의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챙겨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최근의 일들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 과제들까지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각 부처 장관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한 국정 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고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모두 발언 공개 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고생 많으셨다.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일부 국무위원도 울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아 권한이 정지됐다.

이날 탄핵안 가결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는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청와대 참모들은 내부적으로 탄핵안 가결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막상 가결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표결 결과 찬성이 234표로 가결 정족수 200표를 훌쩍 넘긴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한 참모는 "부결될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예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오니까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다른 참모는 "떨어지는 바늘 소리도 들릴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수시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한 실장은 "국정 공백과 혼란이 없도록 업무를 잘 챙기도록 하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에서 탄핵안 표결 과정을 TV로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만나 "너무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 혼란이 없도록 잘 대처해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날 탄핵안 통과 이후 대변인을 통해 박 대통령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박 대통령이 권한 정지 직전에 국무위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 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법적 절차대로 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야당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으니 박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여론이 변화할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10/20161210001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