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0 20:18

패션업계 미래 화두는 '스마트웨어(smart wear)'로 요약된다. 고기능성 섬유에 ICT(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하는 작업이다. 더 이상 방수·방한 등 단순한 기능 추가나 디자인 변형만으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는 업계 인식이 깔려 있다. 남성복에서 골프 의류까지 옷 안에 발열, 운동량 측정, 질병 진단, 인터넷 검색 등 갖가지 첨단을 입히는 연구가 패션업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영화 '백투더퓨처 2'에 나오는 옷처럼 단추만 누르면 자동으로 체형에 맞게 변형되는 제품을 볼 날도 머지않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개발한 '히트 스퀘어(heat square)'는 발열(發熱)에 초점을 맞췄다.
◇은사(銀絲)로 발열 원단 제작… 빨아도 손상 없고 열전도율 높아
현재 '히트 스퀘어' 기능을 담은 의류는 갤럭시라이프스타일 재킷, 빈폴골프 골프 의류, 이달 말 선보이는 빈폴아웃도어 점퍼 등 3종이다. 모두 등쪽에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는 특수 발열 원단을 부착했다. 구조는 단순하다. 얇은 직물을 등쪽에 붙이는 것. 이 직물이 마치 자동차 '열선 시트(heating seat)' 같은 기능을 한다.
원리는 같지만 기술력은 다르다.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발열체(發熱體)'는 대부분 구리로 된 열선을 쓴다. 자동차 좌석이나 전기 장판 모두 마찬가지다. 기존에도 구리선을 활용한 발열 원단 연구가 진행됐지만 이런 구리 원단은 쉽게 파손되는 약점이 있어 활동성이 강한 의류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험 결과, 구리 등 기존 철사(鐵絲)는 의류에 부착시키면 열 전달이 균일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외부 힘이 가해지면 선이 부서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소재담당 웨어러블 그룹이 5년 연구 끝에 얻은 해답은 은(Ag·銀)이었다. 일반 나일론에 열전도율이 높고 인체에도 해가 없는 은을 코팅해 은사(銀絲)를 만들었고, 이를 의류에 적용했다.
이렇게 만든 직경 7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은사를 촘촘히 짠 다음 가로 23㎝·세로 23㎝ 손바닥 두 개 크기 정사각형 직물로 완성했다. 실험해보니 은사로 짠 방직물은 구기거나 여러 번 빨아도 열전도 기능을 유지했고, 옷감 일부가 손상된다 하더라도 전체 발열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분영 웨어러블 그룹장은 "전기장판에 내장된 구리선은 물이 닿았을 때 고장 날 염려가 있고 열선 일부가 손상되면 전체가 기능을 상실한 반면, 은사는 이런 점들을 모두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의류 온도 조절
'히트 스퀘어'에는 블루투스를 주 기능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들어간다. 이 25g 무게 은사 직물은 120g 배터리가 달려 있어 이를 통해 열이 전달된다. 이 배터리 모듈 안에는 블루투스 칩이 들어 있고 스마트폰 앱과 연동, 온도를 조절한다. 배터리 상단에 붙은 단자가 발열 원단 연결 단자에 닿으면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붙는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히트 스퀘어' 전용 앱을 내려받은 뒤 블루투스 기능을 켜 발열 원단 기능을 조절하면 된다. 배터리 자체에도 스위치가 있긴 하지만 이 앱으로 발열 기능을 조절하면 편하다. 이동 중이거나 야외 활동 중 온도를 조절하려고 옷을 벗을 필요가 없다.
발열은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2~3단계 정도면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체감 온도 2
배터리는 USB 충전기에 꽂아 3시간 동안 충전하면, 최대 8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배예지 삼성물산 과장은 "열화상카메라로 여러 차례 실험해보니 은으로 만든 발열체가 열전도율뿐 아니라 구김과 물빨래에도 강했다"며 "겨울철을 앞두고 은사를 활용한 다양한 발열 의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