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05 03:12

FARC는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혁명이 중남미를 뒤흔들던 1964년 농민군 지도자들이 사회주의 정부 수립을 목표로 결성한 조직이다. '농민 해방'을 부르짖던 FARC는 1980년대 군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 조직과 결탁하면서 이념적 색채가 흐려졌다. 국민이 그런 FARC에 등을 돌리자 게릴라 조직으로 전락해 정부 요인과 언론인까지 무차별 납치·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내전은 50여년간 22만명의 사망자와 800만명의 이재민을 낳으며 최근까지 지속됐다.
콜롬비아가 이렇게 큰 희생을 치른 내전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전 세계가 환영하고 나섰다. 서명식에 참석한 국내외 정상 2500여명은 반군 지도자와 콜롬비아 대통령이 총알 탄피를 녹여 만든 펜으로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구상에서 전쟁이 하나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기뻐했다. 평화협정이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선 국민투표를 남겨놓고 있었지만, 내전으로 고통받았던 콜롬비아 국민이 반대표를 던지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2일 치러진 국민투표 결과 협정 찬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리라던 설문 조사 결과를 뒤엎고 반대표가 0.4%포인트 차이로 찬성을 앞질렀다. CNN은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은 FARC 반군이 저지른 범죄의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분석했다.
협정안에 따르면 반군은 재활 훈련을 받은 뒤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또한 콜롬비아 정부는 이들에게 2018년 대선과 총선 참정권을 부여하고,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2026년까지 의회에서 10석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내전으로 피 흘린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반군에 지나치게 관용적"이라며 "지도자들이 내전 동안 피해자가 겪었던 고통을 잊어버린 것 같다"며 반발했다. 서명이 완료된 평화협정을 가리켜 "진실이 아닌 평화" "흠집이 난 평화"라고 부른 이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러 반응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정부와 찬성표를 던진 사람들은 이상(理想)을 위해 투표했을지 몰라도 많은 이들은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댓글이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바라보자' '용서와 화합의 시대를 열자'는 말은 이상적이다. 그리고 이런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을 이끄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