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03 03:17
해선 안 될 일은 안 하는 '마이너스 리더십'의 마술 집권 4년차에 서서히 사라져
대통령은 플러스 일을 하라고 수많은 국민이 만들어준 자리
플러스 전환 시간 1년 남짓뿐

하룻밤 사이에 뚝딱 만들어진 재단을 둘러싼 의혹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걸 보며 오래된 라틴어 경구가 떠올랐다. '좋은 것을 하기보다는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의 'Primum non nocere'이다. 히포크라테스가 환자를 진료할 때 사용했다는 이 표현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먹는 등의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몸에 치명적인 '나쁜 일'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가령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어도 줄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댄다면 몸에 좋을 턱이 없다.
그게 비단 사람의 몸에만 해당하는 경구는 아닐 터이다. 가만히 놔뒀다면 좋았을 일을 뭔가 어설프게 손댔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
취임 초기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박근혜 대통령의 비결에 대해 그동안 여러 분석이 있었다. 가장 흔한 분석은 '콘크리트 지지율' 이론이다. 지역 기반으로 다져져 어떤 경우에도 등을 돌리지 않는 일부 국민의 지지가 견고하게 떠받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떤 이는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부모 박정희·육영수에 대한 지지율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주로 야당 성향의 인사들이 갖고 있는 의견이다. 그런가 하면 부모에게서 물려받고 어려서부터 훈련된 위엄과 기품이 지지율의 기반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주로 대통령의 단아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또 다른 분석가는 박 대통령이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릴 줄 아는 데서 그 비결을 찾는다. 뭔가를 해서 지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지지 또한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주변 처신이 깔끔하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을 만나서 구설에 오를 일이 없고, 말이 많지 않으니 설화(舌禍)에 휩쓸릴 우려 또한 적다. 친인척이 거의 모두 알려진 인물이어서 지레 극도로 조심하도록 조치하니 친인척 비리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시각에 따라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리더십'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마이너스가 대통령에게 오히려 플러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집권 초기의 이야기다. 집권 4년차인 지금 '마이너스'의 마술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말이 적은 것은 국민에 대한 불통으로, 의혹에 대한 거두절미 부정은 권위주의와 비밀주의로, 사람과의 만남이 적은 것은 '셀프 유폐'로, 엄중한 친인척 관리는 차가움으로 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마이너스' 리더십이 명실 공히 마이너스임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한류와 스포츠 중흥이라면 지금까지 해왔거나 앞으로도 앞장설 단체가 많다. 집권 후반기에 굳이 새 재단을 두 개나 세워야 하는 긴박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체육부 조직과 산하 단체들을 활용하거나 방대한 관련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국가가 관리해서 시너지를 내도록 행정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문화 융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일반 국민이 보기에 크게 불요불급해 보이지 않는다면 신생 재단을 만드는 일은 '꼭 해야 할 좋은 일'의 범주에서는 일단 벗어난다. 더구나 그 주변에 각종 잡음을 동반하는 뭉칫돈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석연치 않은 그림자들이 어른거린다면 '해서는 안 될 일'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걸 무슨 벼슬이나 하는 양 애를 먹이는 국회와 함께 일을 하자니 '꼭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일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려야 한다. 유한한 임기 안에 꼭 해야 할 일에 역량을 모아 플러스 정치를 하기도 힘들고 바쁠 터인데 여기에 의혹과 해악의 마이너스까지 판을 치면 정권의 최종 대차대조표는 불 보듯이 뻔하다.
정치는 결국 모두의 삶에 보탬이 되는 플러스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알뜰한 주부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듯 마이너스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의혹에 부딪히자 하루아 침에 해산될 재단을 만드는 데 쏟은 그동안의 열정이 아깝다.
대통령은 플러스 일을 하는 자리이다. 그것도 그럭저럭 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주 많은 일을 아주 유능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이 만들어준 자리이다. 콘크리트 같은 지지자가 아니라도 국민은 모두 대통령이 그렇게 일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전환할 시간이 일년 남짓밖에 안 남았다.
그게 비단 사람의 몸에만 해당하는 경구는 아닐 터이다. 가만히 놔뒀다면 좋았을 일을 뭔가 어설프게 손댔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
취임 초기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박근혜 대통령의 비결에 대해 그동안 여러 분석이 있었다. 가장 흔한 분석은 '콘크리트 지지율' 이론이다. 지역 기반으로 다져져 어떤 경우에도 등을 돌리지 않는 일부 국민의 지지가 견고하게 떠받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떤 이는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부모 박정희·육영수에 대한 지지율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주로 야당 성향의 인사들이 갖고 있는 의견이다. 그런가 하면 부모에게서 물려받고 어려서부터 훈련된 위엄과 기품이 지지율의 기반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주로 대통령의 단아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또 다른 분석가는 박 대통령이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릴 줄 아는 데서 그 비결을 찾는다. 뭔가를 해서 지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지지 또한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주변 처신이 깔끔하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람을 만나서 구설에 오를 일이 없고, 말이 많지 않으니 설화(舌禍)에 휩쓸릴 우려 또한 적다. 친인척이 거의 모두 알려진 인물이어서 지레 극도로 조심하도록 조치하니 친인척 비리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시각에 따라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리더십'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마이너스가 대통령에게 오히려 플러스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집권 초기의 이야기다. 집권 4년차인 지금 '마이너스'의 마술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말이 적은 것은 국민에 대한 불통으로, 의혹에 대한 거두절미 부정은 권위주의와 비밀주의로, 사람과의 만남이 적은 것은 '셀프 유폐'로, 엄중한 친인척 관리는 차가움으로 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은 '마이너스' 리더십이 명실 공히 마이너스임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한류와 스포츠 중흥이라면 지금까지 해왔거나 앞으로도 앞장설 단체가 많다. 집권 후반기에 굳이 새 재단을 두 개나 세워야 하는 긴박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체육부 조직과 산하 단체들을 활용하거나 방대한 관련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국가가 관리해서 시너지를 내도록 행정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문화 융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일반 국민이 보기에 크게 불요불급해 보이지 않는다면 신생 재단을 만드는 일은 '꼭 해야 할 좋은 일'의 범주에서는 일단 벗어난다. 더구나 그 주변에 각종 잡음을 동반하는 뭉칫돈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석연치 않은 그림자들이 어른거린다면 '해서는 안 될 일'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걸 무슨 벼슬이나 하는 양 애를 먹이는 국회와 함께 일을 하자니 '꼭 해야 할 일'이 있어도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민주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일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가려야 한다. 유한한 임기 안에 꼭 해야 할 일에 역량을 모아 플러스 정치를 하기도 힘들고 바쁠 터인데 여기에 의혹과 해악의 마이너스까지 판을 치면 정권의 최종 대차대조표는 불 보듯이 뻔하다.
정치는 결국 모두의 삶에 보탬이 되는 플러스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알뜰한 주부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듯 마이너스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의혹에 부딪히자 하루아
대통령은 플러스 일을 하는 자리이다. 그것도 그럭저럭 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주 많은 일을 아주 유능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이 만들어준 자리이다. 콘크리트 같은 지지자가 아니라도 국민은 모두 대통령이 그렇게 일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전환할 시간이 일년 남짓밖에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