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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희망을 본다

최만섭 2016. 9. 28. 11:12

[기고] 희망을 본다

  •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 2016.09.28 03:09

檢·警 모아 국가수사처 만들고 일하지 않는 공무원 감사하고
공공기관엔 최고 능력자 앉히고 경쟁 제한하는 규제 폐지하고
시장 실패할 때 정부가 나서면 희망찬 국가 미래 열어갈 수 있어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前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1인당 GDP는 2만5000~3만달러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2006년에 2만달러를 넘어선 이래 10년간 2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IMF는 2016년 우리의 1인당 GDP를 2만5990달러로 보고 있다.

비유하자면 한국은 1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설계된 회사다. 그 회사가 100억원 매출을 올리기 위해 기를 쓰면 망가진다.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능력 있는 사람들이 창의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주고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지켜주는 시스템이면 된다.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고 그저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정부가 지원해 주면 된다. 경쟁이 공정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하게 돼 있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사유재산권을 보호해주고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주면 된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만들면 된다.

시스템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있다. 요약하면 첫째, 공정한 경쟁을 위해 '법 앞의 평등'이 필요하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인력을 모아 국가수사처를 만들고 수사는 국가수사처에서, 기소는 검찰이, 치안 유지와 경미한 사건은 경찰이 담당하도록 한다. 검찰과 경찰의 양보가 필요하다. 법치주의가 확립되면 사유재산권은 올바로 보호된다.

둘째, 감사원의 정책 감사 기능을 폐지하고 규제 완화와 민원 처리에 소극적인 공무원을 감사하게 한다. 일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 공무원을 감사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다시 움직일 것이다. 감사원의 양보가 필요하다.

셋째, 산업은행과 같이 성과가 필요한 공공기관은 최고의 능력자가 맡아야 한다. 복수의 민간 헤드헌터사로부터 추천 이유와 평판 조회 결과를 받아 결정한다. 모든 기초 자료와 논의 내용을 보관하게 한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하게 한다. 성과가 좋은 인사는 제한 없이 연임할 수 있게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양보가 필요하다.

넷째, 경쟁 제한적인 규제를 폐지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규제도 폐지한다. 성과를 기준으로 보수 조정과 해고가 가능하게 하고 동일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임금이 지급되도록 한다. 이는 노조와 이익 단체의 양보가 필요하다.

다섯째, 기업 오너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전횡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주주가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있는 연기금과 금융기관들은 기업 오너가 아니라 기업을 위해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의무화한다. 보유 지분에 걸맞게 사외이사도 확보하도록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정부가 제재한다. 기업 오너와 전경련 등의 양보가 필요하다.

여섯째, 시장 실패의 경우에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수요 독점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납품 가격 결정 행위에 대해 내부 고발자 제도를 도입한다. 부동산의 임대차 계약에서 임차인의 변경이 없는 한 연간 임대료의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지 못하게 한다. 수요 독점 기업과 건물주 등의 양보가 필요하다.

일곱째, 기업이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관련이 있는 사항만 경제 관련 법에 포함하고, 집행에 관한 사항은 위임 근거 규정을 두어 행정부에 위임한다. 능력 있는 국회의원을 보다 잘 뽑을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로 이행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개인 소득을 합산해 누진 과세하는 방식으로 개인 소득세를 개편하고 부가가치세율을 상향 조정해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인다. 늘어난 세수에다 경제개발비 예산을 줄여 확보한 재원으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

17세기 전반 경제 최강국은 네덜란드였다. 경상도보다 약간 크고 천연자원은 거의 없는 나라다. 당시 네덜란드는 종교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나라였다. 종교 탄압으로 자국에서 쫓겨난 진취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네덜란드로 몰려들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해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네덜란드의 무역선은 1597년 120척에 불과했으나 1634년에는 무려 2만4000여 척으로 늘어 유럽 상선 전체의 4분의 3을 소유했다. 당시 큰 사업을 하려면 네덜란드로 가야 했 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올바로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기득권의 양보가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내년에 대선이 있다. 정치공학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끄는 이슈를 제기하는 대선 후보로는 안 된다. 국민의 미래를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후보, 시스템 개혁을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