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DVD·USB 등 뿌려 '트로이 목마' 작전… 美, 김정은 흔들기

최만섭 2016. 9. 9. 06:12

DVD·USB 등 뿌려 '트로이 목마' 작전… 美, 김정은 흔들기

입력 : 2016.09.09 03:00

[인권·돈줄 이어 '정보 폭탄'… 국무부, 전자통신수단 대량공급案 의회 제출]

- 年 800만달러 예산
단파 라디오·태블릿·MP3도 풍선 등에 실어 살포 검토

- 공짜 선물인 것처럼…
"한국 드라마·김정은 실정 담아 中무역상 등 통해 유입시켜라"
대북단체가 美국무부에 귀띔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폭넓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대북 정보 유입 보고서'를 지난주 연방 상·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 제재 대상 명단에 올리고, 북한 해외 노동자 강제 노동 실태 보고서를 낸 데 이어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정보 폭탄'까지 퍼붓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인권, 돈줄(해외 노동력), 정보 유입 등 세 가지 약점을 동시에 공격하는 모양새다.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뜻이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실은 7일(현지 시각) "국무부로부터 대북 정보 유입 관련 보고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비밀로 분류돼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발효한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따라 '제한 없고 검열받지 않는 값싼 대량 전자통신수단' 등을 북한 주민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내년부터 5년간 연간 800만달러(약 88억원)를 북한 정보 자유화를 위한 정책을 펴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는 라디오와 태블릿, DVD, MP3, 이동식 저장장치(USB) 등을 북한으로 직접 투입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의 실상 등을 고발하는 단파 라디오 방송을 북 전역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도록 주파수 출력을 높이고, 단파 라디오를 풍선 등에 실어 북한 내부에 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한 대북 방송을 매일 11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1950년 9월 15일, 그날의 인천상륙작전 재현 - ‘제66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9~11일)를 하루 앞둔 8일 인천시 월미도에서 한·미 해병대원들이 붉은 연막탄 연기 속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하고 있다(위). 월미도 인근 해상에선 한·미 해군함정이 예행연습(아래)을 했다.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 15일)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던 전세를 역전시킨 군사작전이었다. 올해 행사는 추석 연휴와 기간이 겹쳐 한 주 앞당겨 치른다. 행사 첫날인 9일엔 독도함을 비롯한 한·미 해군 함정 17척과 항공기 15대, 상륙 돌격 장갑차(KAAV) 21대가 양국의 합동 상륙 작전 능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1950년 9월 15일, 그날의 인천상륙작전 재현 - ‘제66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9~11일)를 하루 앞둔 8일 인천시 월미도에서 한·미 해병대원들이 붉은 연막탄 연기 속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재현하고 있다(위). 월미도 인근 해상에선 한·미 해군함정이 예행연습(아래)을 했다. 인천상륙작전(1950년 9월 15일)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던 전세를 역전시킨 군사작전이었다. 올해 행사는 추석 연휴와 기간이 겹쳐 한 주 앞당겨 치른다. 행사 첫날인 9일엔 독도함을 비롯한 한·미 해군 함정 17척과 항공기 15대, 상륙 돌격 장갑차(KAAV) 21대가 양국의 합동 상륙 작전 능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성형주 기자

올해 미 국무부와 접촉한 대북 단체 대표는 "USB는 1개당 15달러, SD 메모리 카드는 1개당 35달러, 태블릿은 1개당 300달러에 마련할 수 있다"며 "여기에 한국 드라마나 김정은 정권 실정 등을 담아 북한 무역 일꾼 등을 통해 북한에 유입시키는 방법을 미 측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중국 무역상 등을 통해 '공짜 선물'인 것처럼 북한 인사에게 전달해 자연스럽게 북한에 침투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을 겨냥한 '트로이 목마' 작전으로 김정은 체제를 흔든다는 계획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현재 구글은 무인기를 띄워 무선 인터넷 기지국이 부족한 저개발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아이디어가 북한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평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외국 대사관 근처라고 한다. 와이파이(Wi-Fi) 신호를 운 좋게 잡으면 외국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가장 관심 있게 검색하는 주제가 '김씨 일가'와 관련된 뉴스"라며 "김씨 일가의 실체를 북한 내부 주민들이 알게 된다면 북한 변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톰 맬리나우스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대북 정보 유입과 관련한 한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북한 내 DVD나 MP3, 휴대폰, 태블릿 등의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와 외국 영화는 김정은 정권이 무슨 거짓말을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박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체제 균열 조짐" "자멸할 것" 등의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북한 주민을 향해선 "통일은 동등하게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북한 인권·돈줄(해외 노동자)을 건드린 데 이어 '정보 폭탄'까지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 강공책에 동참한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동렬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한·미의 정보 유입 노력이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통제 강화에 막혀 효과가 미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폭발성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트로이 목마

고대 그리스가 트로이를 함락시키는 데 사용하기 위해 내부에 병사들을 숨겨 트로이 성 안으로 들여보낸 커다란 목마. 정면에서 공격하지 않고 적의 내부를 교란시키는 작전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