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탈퇴 -2016년 6월 24일

[사설] 英서 브렉시트 부른 양극화, 한국선 어떤 격변 만드나

최만섭 2016. 6. 27. 16:47

[사설] 英서 브렉시트 부른 양극화, 한국선 어떤 격변 만드나

입력 : 2016.06.27 03:12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24일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346조원이 날아갔다. 세계경제의 혼돈이 주초부터 어떻게 확대될지 예측할 수 없다. 이번 선거 결과의 가장 큰 원인은 영국민의 '반(反)이민' 정서라고 한다. EU 결성으로 인한 이민자 증가가 안전과 일자리, 복지를 위협한다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서의 더 깊은 뿌리엔 빈부 격차가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날 보도한 선거구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저학력층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영국은 대처 총리 이래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으로 '영국병'을 고쳤다고 했으나 이 과정에서 소외되고 좌절한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들이 권력과 부(富), 특권을 휘두르는 계층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영국에서 결집한 가난한 유권자들이 세계경제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EU 탈퇴 선거 직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열 명이 잔류를 호소하는 공동 서한을 발표했다.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앵거스 디턴 미(美) 프린스턴대 교수는 "심장에 이끌려 브렉시트에 투표하면 두뇌가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가디언·FT 등 유력 언론도 잔류를 지지했다. 이런 이성적 주장은 먹혀들지 않았다.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대중을 지배했다.

저소득·저학력층의 분노는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85%를 차지할 만큼 빈부 격차가 심하다. 이에 대한 불만은 이미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회주의 성향의 버니 샌더스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열광적인 지지로 나타났다. 이상 현상으로 불리는 '트럼프 열풍' 역시 같은 흐름이다. 트럼프 현상과 브렉시트 모두 경제적으로 쇠락하고 낙후한 지역의 유권자들이 만들어냈다. 각국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선동을 통해 이들의 좌절감을 이용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성공을 거둔 나라이지만 그런 만큼 그늘도 넓고 깊게 퍼져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년 사이 6% 커졌다. 이미 30%가 넘은 비정규직은 매년 수십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은 OECD 최악이고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사회를 저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부유층은 특권을 이용해 노력 없이 엄청난 소득을 얻고 부를 쌓아가고 있다. 분노의 에너지는 언젠가는 출구를 찾게 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를 완화하고 갈등을 줄여나갈 대책을 다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브렉시트와 같은 비이성적 격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