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투표가 유럽연합(EU) 탈퇴 찬성으로 결정되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즉시 "10월에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 이전이라도 영국의 탈퇴 절차를 빨리 마무리하자"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EU 측이 조기 수습에 나섰다는 뜻이다.
영국은 EU 가입(1973) 이후 공동 정책 수립을 통한 '경제통합의 심화' 과정에서 사사건건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따라서 이번 브렉시트 사태는 언젠가는 한 번 거쳐야 하는 숙명적인 절차라는 느낌을 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당면할 과제는 무엇이고 향후 영국과 EU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우선 탈퇴 절차를 규정한 EU 리스본조약(제50조)에 따르면 영국은 그간 EU가 채택한 유럽법과 공동 정책을 포기함에 따라 정해진 기간인 2년(연장 가능하다) 내에 EU와 관계 재설정 협상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은데, 방대한 내용별 협상에는 27개 다른 회원국 및 관련 각종 위원회 대표 등 모든 당사자가 참여한다.
영국 정부는 영국 내 유권자의 48%를 넘는 EU 잔류 주장 진영의 여론이 가하는 압력과 예측되는 중장기 성장세 하락,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의 분리 위협 등에 직면해 있다. EU를 탈퇴하더라도 전통적인 자유무역주의 국가인 영국은 국제 분업의 이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영국이 비교우위를 갖는 일부 제조업(항공기 및 자동차 등)이나 서비스 부문(특히 금융 및 법률 등)은 계속 EU와 같은 큰 시장을 필요로 한다. 경제통합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이점 중의 하나가 대외 협상력 제고다. EU를 통해 영국은 그간 국제관계에서 발언권을 높여왔으며 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무역 특혜 또는 FTA 협정을 체결했다. 이들과의 재협상에 따르는 비용을 줄이려면 영국은 EU를 탈퇴하더라도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영국이 EU 재가입 협상을 할 기회가 열려 있기는 하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해도 EU와 완전히 결별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은 이제껏 EU와 함께 이룩한 업적의 대부분을 수용하되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역내 노동 이동의 자유화(이민자 유입 포함)를 비롯한 일부 공동 정책의 완화를 조건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다. 반면 EU 측은 이번 사태가 영국이라는 한 회원국의 탈퇴로 종지부를 찍고 다른 회원국으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조속하고도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EU 역시 내부 단속을 마무리하고 브렉시트 사태를 거울 삼아 경제통합의 방향을 다소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론] 英과 EU의 브렉시트 출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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