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탈퇴 -2016년 6월 24일

브렉시트, 이민자에 대한 불만서 비롯… 교역 감소 등 '후폭풍' 예고

최만섭 2016. 7. 4. 05:20

브렉시트, 이민자에 대한 불만서 비롯… 교역 감소 등 '후폭풍' 예고

  •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 입력 : 2016.07.04 03:05

    [영국의 EU 탈퇴 원인과 전망]

    - EU 정책에 불만 쌓인 영국
    이민노동자에게 일자리 뺏기고, EU 분담금에 비해 수혜금 적어

    - 이익 불확실한데 손해는 분명
    파운드·유로화 가치 하락, 무역협정도 새롭게 체결해야

    - 자유무역·경제통합에 빨간불
    경제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풀어… 움직임 확산되면 손실 막대할 것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사진
    ▲ 이동은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영국은 지난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럽연합은 28국으로 이루어진 경제·정치 연합으로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약 17%쯤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U 전체를 한 나라로 생각한다면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3대 경제권입니다. 영국은 EU에서 독일 다음으로 GDP가 큰 국가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두고 브렉시트(Brexit)라는 조어까지 등장하며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유와 그 영향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유럽연합이 갖는 국제 경제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유럽연합에서는 회원국 간 상품 교역에서 관세가 없는 완전 자유화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연합 회원국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적 혜택이 주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경제적 의미는 FTA에 그치지 않습니다. 비회원국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동 무역 정책이 포함되어 있어서 비회원국은 회원국 28곳과 개별적 무역협정을 맺을 필요 없이 EU와 맺은 협정으로 무역을 할 수 있습니다. 또 회원국끼리 노동과 자본 이동도 자유롭게 보장되어 있어서 EU 회원국 국민은 회원국 어디에서나 취업과 고용이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EU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단일 시장(single market)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유… 이민, EU 분담금, 정치 통합 반대

    영국은 이렇게 다양한 경제적 혜택이 있는 EU를 왜 탈퇴하려고 할까요? 첫째, 영국은 이민 노동자의 급증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EU에서 독일 다음으로 외국인의 유입이 큰 나라로 2015년에는 다른 EU 국가로 이주한 영국인이 122만명에 그쳤는데 영국으로 유입된 EU 회원국 노동자는 288만명으로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륙의 EU 국가들이 일부 남유럽 국가의 국가 채무 위기를 겪으며 오랜 경기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데 반해 영국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경제 회복을 이뤘기 때문에 고용 기회를 찾아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몰리게 된 것입니다. 영국 내에서는 이민 노동자들이 자국민의 일자리와 임금 상승 기회를 빼앗고, 정부의 복지 지출 부담이 늘어난다는 불만이 고조되었습니다. 여기에 2015년부터 급증한 시리아 및 중동 난민의 대규모 유입과 테러 문제가 발생하며 브렉시트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주요국 상대 수출 비중 그래프
    둘째는 EU 분담금 문제입니다. 영국은 EU 회원국 중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넷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수혜금이 적어서 불만인 상황이었습니다. 2014년에 영국은 141억유로를 납부해 EU 분담금의 10.6%를 차지했지만, EU에서 받은 수혜액은 71억유로로 EU 내 총수혜의 5.4%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 남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지출 증가, 새로 EU에 가입한 중동부 및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보조금 지출 증가도 영국민의 불만을 일으켰습니다.

    셋째는 정치적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EU는 경제적 연합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연합 성격도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은 전통적으로 대륙 유럽과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데는 회의적인 국민 정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유로존의 재정 위기 해결 과정과 난민 문제 등에서 EU 정책에 불만이 생긴 것도 브렉시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영국·EU 모두 브렉시트로 경제적 손실

    이렇듯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투표로 지지한 배경에는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보다 탈퇴 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클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의 경제적 이익은 여러모로 불확실합니다. 오히려 적어도 브렉시트 이후 단기적으로는 영국과 EU 모두 얼마간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부정적 영향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손실입니다. 브렉시트로 영국과 EU의 투자 환경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영국과 EU 주요국의 주가 하락,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 오래 지속될 부정적 영향은 EU 단일 시장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증가입니다. 기본적으로 EU 탈퇴는 EU 회원국과 맺은 단일 시장 관계의 이점과 EU가 제3국과 맺은 자유무역 협정의 효과가 모두 사라지는 것입니다. 물론 리스본 합의에 따라 영국은 탈퇴 선언 이후 2년 유예 기간을 갖게 되고, 그 2년 동안에는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국은 앞으로 2년 안에 EU 및 제3국과 무역 관계를 재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는데, 해당 기간 안에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상당한 행정 비용과 불확실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해당 기간 안에 모든 특혜 무역협정을 재정립하지 못한다면 관세 등 무역 장벽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교역 규모 축소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은 EU와 새로운 특혜 무역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다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EU로서는 회원국의 후속 탈퇴를 막느라 영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영국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탈퇴 후에도 EU와 특혜 무역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민자 이동을 일정 수준 허용해야 하거나, EU에 내는 분담금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때 영국이 브렉시트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상당 부분은 사라질 것입니다.

    반(反)자유무역·경제통합 흐름 우려

    영국이 브렉시트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부분 불확실한 데 반해 중기적으로 감수해야 할 손해는 상대적으로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왜 영국 국민은 EU 탈퇴라는 결정을 지지했을까요? 이 때문에 브렉시트는 경제적 원인에 따른 결정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민 노동자나 자유무역에 돌리는 정치적 논리의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도 이민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의 자유무역협정에도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유무역 질서에 반하는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손실은 막대할 것입니다. 이것이 브렉시트 영향 그 자체보다 그동안 세계가 꾸준히 진행해 오던 자유무역과 경제 통합 흐름에 금이 가는 것을 더욱 우려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