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EU탈퇴 -2016년 6월 24일

[브렉시트 쇼크] 탈퇴 진영도 놀란 'EU 탈퇴'-2016년 6월 24일

최만섭 2016. 6. 25. 05:49
'섬'으로 돌아간 영국… 反이민·反EU 민심, 예상보다 강했다

[브렉시트 쇼크] 탈퇴 진영도 놀란 'EU 탈퇴'

"저임금 마다 않는 이민자 몰려와 일자리 뺏기고 교육·의료 손해… EU에 남으면 통제할 주권 없어"
서민·중산층이 탈퇴 찬성에 몰표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독립 위한 주민투표 나설 수도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택한 24일(현지 시각) 런던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즉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향후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의 독립 움직임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투표 결과는 탈퇴·잔류 어느 진영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투표 당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 마감 직후 나온 유권자 조사에서도 잔류가 '안정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탈퇴 진영에서 한때 "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반(反)이민 정서 강한 잉글랜드, 탈퇴 진영에 표 몰려

영국 내에서는 강한 반(反)이민, 반EU 정서가 탈퇴 진영 승리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내와 함께 사퇴 발표하는 캐머런
아내와 함께 사퇴 발표하는 캐머런 - 24일(현지 시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직후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내 사만다와 함께 총리관저 앞에서“브렉시트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다른 EU 회원국 출신들이 밀려들고 있다. 영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는 2004년 149만명에서 작년 313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4년 이후 동유럽 등 13개국이 EU에 가입하면서 그 숫자가 급증했다. 일자리 목적의 이민자도 2012년 17만3000명에서 작년엔 29만명으로 늘었다.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영국민들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사립과 공립을 막론하고 웬만한 초·중·고교에는 입학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동네 병원을 가는 데도 보통 1주일에서 10일 이상 대기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영국 서민·중산층은 이런 영국 사회의 문제가 저임금을 마다하지 않고 밀려드는 이민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EU에 대한 반감도 결정적이었다. 탈퇴 측은 영국이 EU에 있는 한 이민자를 통제할 '주권'을 발휘할 수 없다고 선전했다.

실제로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아일랜드 등 4곳 중 탈퇴 지지가 가장 강했던 지역은 잉글랜드로, 탈퇴 진영은 이곳에서 53.4%를 득표해 잔류 진영을 6.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특히 전통적인 공업 지역이 있는 잉글랜드 중북부와 서부 지역에서 탈퇴 여론이 높았다. 잔류 진영은 스코틀랜드(62%)와 북아일랜드(55.8%), 잉글랜드 내 런던 등지에서 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BBC 등은 "탈퇴 진영에 결정적 승리를 안긴 곳은 잉글랜드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향후 2년 내 GDP 3.6% 하락"

브렉시트 지역별 개표 결과 외
영국은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폭락과 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브렉시트 발생 시 오는 2018년까지 영국 GDP가 최대 5.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오즈본 영국 재무장관도 "향후 2년간 GDP가 3.6% 하락하고, 일자리 52만개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금융 시장의 중심지 런던이 국제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 산업은 전체 영국 GDP의 7.6%를 차지한다.

하지만 탈퇴 진영은 매년 EU에 내는 분담금 178억파운드(약 29조원)를 국내로 돌리고, 미국·중국·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오히려 경제성장과 일자리 30만개의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계 개편 소용돌이… '리틀 잉글랜드' 우려도 나와

보수당에선 캐머런 총리 사퇴를 계기로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는 이번에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다. 현재 집권 보수당 내에서 EU 탈퇴를 지지한 의원은 절반에 달한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조지 오즈본 재무장관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도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거론된다.

야권도 정계 개편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선거 기간 중에 잔류를 위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당내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투표 직후 노동당에선 코빈 사퇴 주장이 제기됐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노동당)는 "(코빈의) 활동이 정말 미지근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 시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16세기에 웨일스, 18세기에 스코틀랜드를 통합했고, 1921년에는 아일랜드 지역의 북부 지방이 편입돼 오늘날의 지도를 완성했다. 두 곳이 떨어져 나가면 영국은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307년 만에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엔 독립 반대가 55%를 차지해, 영국에 눌러앉았다. 현재 스코틀랜드 의회 제1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언제든 독립 투표를 다시 실시할 태세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로 스코틀랜드의 두 번째 독립투표 실시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고 말했다.

북아일랜드가 독립 또는 남쪽의 아일랜드공화국과 통합 추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은 지난 3월 "브렉시트 발생 시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