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기 열풍… 住산업 뜬다
류정 기자입력 : 2016.04.05 03:06
집에 머무는 시간 갈수록 늘며 부엌·욕실 리모델링 서비스 인기
홈쇼핑 매출 2년새 67% 급증
초고가 침대 브랜드 속속 상륙, 유통업계 생활용품 마케팅 강화
'의식주(衣食住)'가 '주식의(住食衣)'로 바뀌고 있다.경제성장 초기에는 겉으로 보이는 '입는 것(의)'에 대한 소비가 가장 빠르게 늘지만 선진국이 될수록 '집'(주)과 '먹는 것'(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집을 꾸미는 상품을 파는 국내 기업의 매출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지만, 식품 기업 매출은 정체 상태이고 의류 기업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에서 집 꾸미기용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가구·생활용품업계 고성장… 고급 침대, 안락의자 시장도 커져
국내 가구·생활용품 산업은 최근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10위권 가구업체들의 매출은 총 3조7075억원으로 18.5% 늘었다.
최근 홈쇼핑에선 부엌이나 욕실을 리모델링해주는 서비스의 인기가 높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작년 인테리어 상품 매출이 2년 전보다 67% 늘었다"고 말했다. 종합 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1년 사이 매출이 29% 늘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생활용품 전문 업체 자주·무인양품·모던하우스 등도 최근 2년간 해마다 10~20%씩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에선 디자인이 독특해 집 꾸미기용으로도 쓰이는 해외 소형 가전 브랜드 스메그·드롱기·발뮤다 등의 매출이 지난해 67% 늘었다.
반면 200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의류업계는 고전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6.1% 줄고, 90억원 영업 적자를 냈다. 2위 업체 LF는 영업이익이 22.6% 줄었고, 3위인 코오롱FnC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7.8%, 4.6%씩 감소했다.
'식' 산업은 정체 상태에 가깝다. '맛집 전쟁터'가 된 대형 백화점들의 식품관 성장률도 2012년 두 자릿수에서 지난해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은 2012~2013년 11%대 성장했지만 2014년 5%, 지난해엔 1.4% 신장에 그쳤다.
백화점 매출을 '의(패션), 식(식품), 주(생활)'로 나눠 추이를 봐도 '주, 식, 의' 순으로 바뀌는 현상이 뚜렷하다. 롯데백화점 패션 매출 비중은 2008년 82%였던 것이 지난해 77%로 축소됐다. 생활 부문 매출 비중은 8%대에서 11%까지 늘었다.
◇유통업계, '주(住)' 상품 강화에 총력
침대 매트리스 하나에 1000만원 이상 하는 초고가 침대 브랜드도 국내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스웨덴 명품 침대 하스텐스, 영국 왕실이 쓴다는 바이스프링, 영국 사보이호텔이 개발한 사보이어 침대가 최근 1년 사이 국내 백화점에 입점했거나 입점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집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하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나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가까운 사람들과 일상 속 행복을 추구하는 '킨포크(kinfolk·친척) 문화'로 설명한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는 "각종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인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20여분 늘었는데, 이는 굉장히 큰 수치"라며 "우리는 아직 선진국 진입 단계여서 앞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과 투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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