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세돌에 승리-2016년3월9일

Weekly BIZ] "로봇, 인간을 대체" 知的 노동까지 하며 수많은 사람 일자리 뺏을 것

최만섭 2016. 4. 3. 11:07

[Weekly BIZ] "로봇, 인간을 대체" 知的 노동까지 하며 수많은 사람 일자리 뺏을 것

  • 샌 머테이오(미 캘리포니아주)=박정현 기자입력 : 2016.04.02 03:06
  • [Cover Story] 제리 캐플런 美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의사 1명이 수백명 지식 가진 인공지능 못당해

    제리 캐플런
    ▲ 제리 캐플런 美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결요? 당연히 고(알파고)가 이기죠. 그건 마치 말(馬)과 자동차(車)를 두고 누가 더 빨리 갈지 비교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렇다고 자동차나 알파고가 사람보다 지적 능력이 뛰어나거나(intelligent) 똑똑하다(smart)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 제리 캐플런 교수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을 제2차 산업혁명 때 인류가 겪었던 '공장화' '자동화'의 연장선으로 봤다. 공장 내 근로자들을 기계가 대체했듯,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요즘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는 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 범위가 단순 노동에 그치지 않고 변호사, 의사, 교사 같은 지적(知的) 노동까지 확대된다고 봤다.

    하지만 여기서 그는 "로봇이 지적 노동자들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점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 캐플런은 알파고가 이세돌보다 바둑을 잘 둔다고 해서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로봇이 지적 노동자의 일을 대체하는 것 역시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따른 자동화의 일부로 보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은 인간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하는 기계일 뿐, 인간을 뛰어넘거나 지배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을지, 인간이 로봇에 종속될지와 같은 의미 없는 토론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자동화가 우리 삶에 어떤 변혁을 가져올지 이해하고 미래 노동시장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가 초기 단계였던 1970년대에 현재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연언어 처리를 연구해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법정보센터 연구직을 겸하며 같은 대학 컴퓨터과학과에서 인공지능의 사회적·경제적 영향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1시간 떨어진 부촌(富村) 샌 머테이오에 위치한 캐플런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원제 Humans Need Not Apply)'에서 'AI가 지적 노동자들까지 대체하면서 일자리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로봇이 숙련된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교육받은 사람들의 일을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혁신이 거듭되면서 단순히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종 자체를 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로봇
    ▲ 생각하는 로봇?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는 100% 허구. /Getty Images 이매진스
    캐플런 교수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것”이라는 통설엔 동의했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시장이 훨씬 더 광범위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로드니 브룩스 회장보다 더 어둡게 미래를 예측했다.

    인공지능이 변호사, 의사와 같은 지적 노동자들의 전문 영역도 넘본다고 했습니다. 우려할 정도입니까.

    “주디카타라는 스타트업은 머신러닝과 자연언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법리, 판례와 같은 방대한 문서를 검색해 관련 사례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판례 중심의 영미법 국가에서) 적합한 판례를 잘 찾아내서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변호사의 능력이었다면, 이젠 기술이 대체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몸과 질병에 대한 지식은 한 명의 의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전문의들이 특정 전공 분야에 중점을 두는 것이죠. 미국 최대 의료보험회사 웰포인트는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의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수백명의 전문의가 가진 지식을 한데 모아놓고 왓슨이 분석하고 있는 거죠. IBM은 보도자료에서 ‘책 100만권, 약 2억쪽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왓슨이 살펴서 추려내고 가장 가능성 높은 병명과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내므로 의사를 도울 유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왓슨이 의사를 돕는 도구가 된다’는 문장의 뜻을 잘 생각해보세요. 왓슨이 의사가 하는 일을 대체하거나 넘본다는 얘깁니다.”

    로드니 브룩스 리싱크로보틱스 창업자 겸 회장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어느 정도 대체하긴 해도, 보완하는 역할이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약 10여년 전 그와 스탠퍼드대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최근엔 교류가 없어 우리가 어떤 면에서 의견이 다른지 콕 집어서 말하긴 힘들겠네요. 하지만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로봇,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들, 즉 그와 같은 ‘로봇공학자(로보티스트)’들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술이 인간에게 늘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하죠. 제가 얼마 전에 로봇공학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더니 그들이 입에서 불을 뿜더라고요. 엔지니어들은 그들이 개발하는 기술이 인류에 혜택이 된다고 순수하게 믿고 연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핵에너지처럼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좋게 쓰이거나 나쁘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기계는 이미 우리가 과거에 했던 많은 일을 대체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면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겁니다.”

    ―결국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인데 왜 이렇게 논란이 크죠?

    저는 현재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이 아니니까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로보티스트들은 ‘우리가 너희 일자리를 빼앗을 로봇을 만들고 있다’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잖아요.”

    미래 직장서 필요로 하는 스킬 가르치는 일자리 재교육

    ―과거 산업혁명 때 목격한 자동화보다 훨씬 더 가파른 속도로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자동화가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일자리 시장 변화의 속도를 어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까?

    “산업별, 지역별로 아주 크게 달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한 가지 특정 산업만 예로 들어서 얘기하자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급으로 일반 운전사들이 일자리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은 25~30년 후 정도로 예상합니다. 미국에만 트럭 운전사가 350만명, 택시 운전사가 25만명 있는데 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10대, 20대 딸 4명이 있습니다. 우리 딸들의 세대까지는 ‘운전하는 세대’일 것으로 예상해요. 하지만 지금 20대인 아이가 나중에 결혼해서 손주를 낳으면 그땐 운전하는 세대가 아니라 ‘자율주행차에 자리 1개를 사는 세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새 노동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일자리 시장에 대비할 수 있는 노동자를 교육시키고 키워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지금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직업적인 기술들이 나중에 졸업 후 직장을 구한 후에 쓸모가 없어집니다. 나중에 취직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구직자가 부담해야 하죠. 제가 제안한 ‘직업대출’은 앞으로 잠재적으로 나를 고용할 수 있는 회사, 고용주가 보증을 서고 내가 일자리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을 대출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취직을 하게 되면 월급의 일부로 대출을 갚으면 됩니다. 미래 노동 가치를 담보로 하고 돈을 빌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민간 부문에선 유사한 사업을 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에듀케이션 에쿼티’는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나중에 취직하면 월급 중 일부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으로 봅니까.

    “제 딸 중 두 명이 최근 취업했는데 둘 다 10년 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온라인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회사에 취직했고, 또 한 명은 소셜미디어 마케팅 쪽에 취직했습니다. 자동화 과정은 예측하기 힘들고, 노동시장의 분야별 특성이 바뀌는 속도가, 노동자들이 새 기술을 익히는 속도보다 빠릅니다. 유전자 공학으로 변형된 꽃을 디자인한다든지, 온라인 가상 파티를 주최하거나, 비디오 게임 대회를 연다든지,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상현실 여행을 주선한다든지, 3D 프린터용 디자인을 판매한다든지, 지금은 잘 모르지만 미래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자리가 많습니다.”

    소득 재분배에 대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만들어질 것이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겠죠. 하지만 단기적으론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등 문제를 겪을 겁니다.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였죠. 한국처럼 산업화가 빨리 일어난 국가에서 부작용이 있었듯이, 인공지능 자동화가 빨리 일어나면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저는 자동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를 공익지수라는 개념을 통해 분배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익지수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니계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개념입니다. 국립공원처럼 정부가 소유하고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재산의 공익지수를 100으로, 마이클 잭슨의 네버랜드처럼 순전히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을 공익지수가 0이라고 가정합시다. 공익지수가 더 높은 기업들은 법인세를 더 많이 감면해주는 정책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소수의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여러 일반 대중에게 분배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교육만큼 급한가요?


    법적 제도는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20~30년에 걸쳐 논의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벌써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법적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아직 자율주행차의 도덕규범 내용이나 형식에 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기계에) 도덕 원칙을 프로그램시키고 그 원칙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하향식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도덕 관련 사례를 최대한 많이 컴퓨터에 입력하고, 기계가 학습하도록 하자는 상향식 접근법을 연구하고 있죠. 저는 기업이 죄를 저질렀을 때 벌금 부과, 계약 무효화, 시장으로부터의 배제,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듯 로봇을 법 인격체처럼 다뤄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로봇이 잘못을 저지르면 로봇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주는 방식으로 처벌을 하는 방법이 있죠. 하지만 또 로봇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소유권과 재산권이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의인화하지 말라

    캐플런 교수는 지난해 출판된 ‘인간은 필요 없다’는 책 내용 중 컴퓨터를 인간의 두뇌에 비교한 부분에 대해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계를 인간과 비교하며 ‘의인화’를 부추긴 것을 반성한다는 뜻이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의인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책의 내용까지 부인하시며 강조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요즘 사람들이 ‘인공지능’이란 단어를 들으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처럼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를 생각하는데, 그건 100% 허구입니다. 정보를 읽고 분석하고 실행하는 능력(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영화에서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는 식으로 묘사하니까 일반 사람들은 ‘로봇이 우리처럼 느끼고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오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계와 인간이 전쟁을 한다’ ‘인간이 로봇에 종속된다’는 식의 소모적인 논란이 나옵니다. 기계가 우리보다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람이 그렇게 기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계산을 전문으로 하는 ‘계산가’라는 직업이 있었어요. 그런데 ‘계산기’가 발명되면서 그 직업이 없어졌습니다. 그럼 계산기가 우리보다 더 나은 존재인가요? 요즘엔 계산기, 카메라, 메모까지 다 스마트폰에 들어가 있어요. ‘스마트폰’이 당신보다 정말 더 스마트한가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