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기자의 시각] 쌍용차 勞使의 기적 이성훈 산업1부 기자

최만섭 2016. 2. 24. 11:18

[기자의 시각] 쌍용차 勞使의 기적

입력 : 2016.02.24 03:00 | 수정 : 2016.02.24 03:58

이성훈 산업1부 기자
이성훈 산업1부 기자
22일 아침 찾아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생산 공장엔 '쌍용차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은 지난 1일 채용된 신규 사원 40명이 공장에서 현장 직무교육(OJT)을 받는 첫날이었다. 이 중 유달리 동료의 환대를 받는 24명이 있었다. 2009년 파업 당시 해고됐거나 희망퇴직을 했다가 이번에 다시 돌아온 이들이다.

2009년 1월 경영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대다수는 희망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떠났지만, 974명은 구조조정을 거부하며 공장 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에 돌입했다. 파업 동안 가스통과 화염병이 난무했고, 공장은 전쟁터로 변했다. 이른바 '옥쇄 파업'이었다.

파업 참가자인 이희준(45)씨는 "당시엔 한 번 회사를 나가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공권력이 투입돼 77일 만에 파업은 끝났지만 쌍용차는 만신창이가 됐다. 해고자들은 회사 근처 송전탑과 서울 덕수궁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장기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을 공장으로 복직시킨 건 '투쟁가(歌)'가 아니라 노사 간 '믿음'이었다.

2011년 3월 인도 자동차 기업인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했고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아닌 기업 노조로 바뀌었다. 노조는 차종별 생산량에 따라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전환 배치'에 동의했다. 경영진은 특별 협약서를 노조와 맺어 '경영 정상화 때 퇴직자 복직'을 약속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열리는 '노사 경영발전위원회'에는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최고위급이 참여해 자금 사정과 신차 발표 계획 등 공시(公示)나 언론에 나오지 않은 대외비 내용까지 노조에 설명했다.

양측 간 '신뢰'가 쌓이자 공장 생산성이 높아졌고, 신차 '코란도C' 인기에 힘입어 쌍용차 점유율은 2010년 2.2%에서 2013년 4.6%로 2배 넘게 올랐다. 경영 상황이 개선되자 쌍용차는 그해 4월 무급 휴직자 455명을 복직시켰다. 복직자들은 작업장 정리정돈, 공장 내 흡연 금지 같은 규제를 자율적으로 만들어 실천했다. 한 임원은 "휴직이나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면 회사가 더 잘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여기에다 2014년 출시한 '티볼리'가 히트를 치면서 쌍용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업계 최고 성장률(44.4%)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는 자동차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으로는 9년 만에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쌍용차 노사는 작년 말 희망퇴직자와 해고자 등 1600여명의 단계적 복직에 합의했다.

2009년 옥쇄 파업을 주도했던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 용차지부장은 "회사가 먼저 정상화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쌍용차의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선 유망하다는 평가가 많다. 추가 복직의 전망도 그만큼 밝다.

쌍용차처럼 기업 생존을 위해 일시적으로 인력 조정을 했다가 복직시키는 선진국형 사례가 확산된다면 한국 제조업 경쟁력 향상과 노사 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