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단독] 대기업 8곳, 지금도 귀족勞組가 일자리 세습

최만섭 2016. 3. 3. 11:16

[단독] 대기업 8곳, 지금도 귀족勞組가 일자리 세습

입력 : 2016.03.03 03:00 | 수정 : 2016.03.03 10:48

[현대·기아차, 대우조선해양 등… 30대 기업 단체협약 보니]

인사·경영권 개입도 심각
노조 합의없이 인사이동 안되고 공장 증설·이전 동의 받아야
고용부, 이달 중 시정 명령 "거부하면 형사 고발할 것"

국내 30대 대기업 중 8곳이 노조 조합원의 자녀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불법 '고용 세습' 조항을 단체협약에 여전히 명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6년 만에 최고치(9.5%)를 기록한 가운데 청년들의 일자리 진출 기회 자체를 가로막을 수 있는 고용 세습을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국내 3000개 기업의 단체협약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인 고용노동부의 중간 조사 결과,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기아차, 대우조선해양 등 8개 대기업〈〉이 고용 세습 조항이 든 단협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안에 실태 조사를 마무리한 뒤 고용 세습 조항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할 경우 해당 노사를 형사 고발할 방침다.

여전히 계속되는 고용 세습

대기업 노조원의 '일자리 대물림'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지난 2013년 4월이다. 당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내 하청 근로자인 김모씨가 "비정규직 철폐하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친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일부 사내 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에 정규직 채용에 지원했다 탈락한 김씨는 기아차 정규직 노조와 회사가 '고용 세습' 조항을 넣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지 나흘 만에 분신했다. 사내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외면하고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단협을 관철시킨 데 대해 분개한 것이다.

이후 고용 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지만 일부 대기업 노사는 여태 이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단체협약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으로 727곳의 노조 중 30.4%가 고용 세습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는 30대 대기업 중 고용 세습 조항이 확인된 곳은 현대오일뱅크, 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LG유플러스, 한국GM, 현대자동차, 대한항공(조종사 노조) 등 8곳이다. 기아자동차,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LG유플러스, 한국GM은 '정년 퇴직자나 장기 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30대 기업은 아니지만 금호타이어와 현대백화점 등도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오일뱅크, 현대차, 대한항공 등은 '업무 중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노조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노동계는 "산재 근로자를 위한 복지 조항"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대(代)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며 이 조항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기업들은 "고용부가 별도 시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이 조항에 따라 실제 채용한 적도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는 입장이지만, "기득권 지키기를 위한 노조의 반발에 기업이 굴복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동 전문가 A씨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 기회 자체를 가로막는 고용 세습이 여전히 유지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노조의 이기심에 사측이 합세했기 때문"이라며 "극심한 취업난 속에 성실히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 이 같은 채용 특혜를 보며 느낄 좌절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고용 세습 조항을 뒀던 66곳의 공공 기관은 모두 고용 세습 조항을 삭제한 상태다.

고용부는 고용 세습 조항을 둔 기업 노사에게 일단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최대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 전문가 B씨는 "노조 위원장 한 명이 벌금형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위법한 단협 조항이 있으면 단체협약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식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할 때 노조 동의 받아라"

이번 조사에선 노조가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제약할 수 있는 단협 조항도 다수 확인됐다. 현대·기아차 단협에는 해외 공장을 증설하거나 공장을 이전할 경우, 신기술 도입으로 인력을 재배치·재교육할 때 노조와 공동으로 심의·의결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금호타이어 단협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해외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국내 로 들여올 수 없으며 ▲회사의 합병·분할·양도 등의 경우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일반 노조와 맺은 단협)은 노조 간부에 대한 인사를 할 때 노조와 합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런 조항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지만 기업의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자율적인 시정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