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사설] 무너진 동북아 核 균형, 美의 핵우산만 믿고 있을 때 아니다

최만섭 2016. 2. 10. 09:27

[사설] 무너진 동북아 核 균형, 美의 핵우산만 믿고 있을 때 아니다

입력 : 2016.02.10 03:23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인 광명성 4호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인공위성 발사라고 포장했지만 기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이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발표한 의장 성명에서 "이번 발사는 명백히 핵무기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의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어졌지만 국제사회의 대응은 과거와 다를 게 없다. 유엔·미·일이 추가적인 대북(對北) 제재에 나선다고 하지만, 중국이 '북 주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제재는 곤란하다'고 반대하는 상황에선 실효적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한·미 간에 공식 협의를 시작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도 원천적인 북핵 대응책은 되지 못한다.

국제사회는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이 핵보유국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2012년 은하 3호에 이어 두 번 연속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ICBM 기술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전에 비해 탄두(彈頭) 중량과 사거리도 늘었다. 소형 핵탄두급인 500㎏을 탑재했을 때 최대 사거리가 이전보다 2000㎞ 늘어난 1만2000㎞에 이른다. 이는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은 이미 사거리 3000㎞ 안팎인 무수단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시 발생하는 수천 도의 고열을 견딜 수 있는 내열(耐熱)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북한이 핵탄두를 500㎏ 안팎까지 소형화하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면 북핵은 실전 배치에 들어간다. 이는 북핵이 더 이상 상상 속의 무기가 아니라 한국·일본은 물론 미국에도 현실적 위협이 된다는 의미다.

이제 한국과 미국, 일본은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적 균형 상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중국에는 이미 250여기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고, 7500여기의 핵을 보유한 러시아도 극동 지역에 상당 부분을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까지 가세하면 동북아의 핵 균형은 붕괴되고 만다. 한·일·대만 등 자유 진영 국가들은 이에 대항할 수도 없는 공백 상태에 빠지는 셈이. 미국의 핵 잠수함과 이지스함, 전략폭격기 등이 동북아에 배치돼 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 유럽 5개국에는 200기 안팎의 미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 이 국가들은 미국과 맺은 '나토 핵공유협정'(NATO Nuclear Sharing Agreement)을 통해 핵무기 사용 정책 협의에 참가하고 공동 결정 및 이행을 할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핵 통제권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우리를 안심시켜 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전술핵은 1992년 철수했다. 정부는 우선 일시적으로라도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방안을 미국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유럽처럼 핵무기 사용 결정에 우리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북의 핵위협이 현실화할 때 과연 적시(適時)에,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미국의 조치가 이뤄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 본토가 공격받지 않은 상황에서 핵우산을 가동할 미국 대통령이 있을지도 의문일뿐더러, 핵우산 사용을 결정할 때 한국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될지도 회의적이다.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핵우산만 믿고 눈앞의 위협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실효성 없는 대북 제재나 방어용에 그치는 사드 배치, 미국의 불확실한 핵우산에만 기대고 있을 수 없다. 동북아의 군사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을 미국·일본·대만 등과 본격 논의할 때가 왔다. 미국도 자신의 핵우산에만 맡기라고 하기엔 동북아 군사력의 저울추가 기울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혈맹(血盟) 관계라고 해도 국가 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변에 적대국들뿐인 이스라엘은 8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핵 보유 사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도 거부하고 있다. 핵 주권을 스스로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스라엘의 생존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