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강천석 칼럼] 북한은 核 포기 능력 없다

최만섭 2016. 2. 6. 16:40

[강천석 칼럼] 북한은 核 포기 능력 없다

입력 : 2016.02.05 23:09 | 수정 : 2016.02.06 15:35

北核의 뿌리·가지·잎사귀 따져봐야 할 때…
'神의 자손' 김정은, 인간 세계로 돌아오기 쉽지 않아

강천석 논설고문 사진
강천석 논설고문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발사일을 김정은의 아버지 생일인 2월 16일 전후(前後)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 이후 3년2개월 만이다. 지난 1월 6일에는 4차 핵실험을 했다.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이후 2년 11개월 만이다. 김일성이 단추를 누른 핵과 미사일 개발은 아들 김정일, 손자 김정은 시대까지 3대 20년 동안 중단 없이 진행돼 왔다. 대화가 굴러가는 동안 손을 등 뒤로 돌린 적은 있으나 멈춘 적은 없었다.

그 세월 동안 한국에선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차례로 열렸다. 미국은 클린턴·부시·오바마 대통령 시대로 넘어갔다. 한국과 미국의 시대가 이렇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여러 이름의 북핵(北核)·대북(對北)정책이 무대에 올랐다 내려가기를 거듭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대 제네바 핵 동결(凍結) 합의 이래 김대중·노무현 시대 햇볕정책 10년,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상호주의 대북 정책 기간 8년을 통과했다.

미국에서도 대화, '전략적 무시(無視)', '전략적 인내(忍耐)' 등등의 정책이 등장했다 퇴장했다. 책과 전략의 성패(成敗) 판정 기준은 그 정책과 전략이 겨냥한 대상을 얼마만큼 변화시켰느냐 여부다. 지난 20년 북한 초보(初步) 핵은 수폭(水爆)으로, 북한 미사일은 단거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커 왔다. 한·미 두 나라 대북 정책은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내용이 저마다인 여러 대북 정책은 북한을 핵 포기로 이끌어 개혁·개방·번영의 길을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동일한 전제(前提) 위에 서 있다. 그런 정책의 결과가 북한 핵과 미사일의 현 사태로 귀결(歸結)됐다면 지금껏 당연하다 여겨온 정책의 전제를 의심할 도리밖에 없다.

대화론(對話論)은 북한 요구에 응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중단하면 핵 동결 대화가 가능하고 그 길이 미·북 수교를 거쳐 평화 협정과 북한 핵 문제 최종 해결로 이어진다는 '아름다운' 장면을 그린다. 일종의 상상화(想像畵)다. 상호주의는 북한이 벌(罰)을 받아 마땅한 행동을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려 북한의 탈선 행동을 그치게 해야 북한을 핵 포기로 이끌 것이라는 취지다. 완전 상반된 두 정책 노선은 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핵을 포기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데선 일치한다. 북한의 자유 선택 의지를 믿는 것이다.

이 전제는 과연 옳은 것일까. 햇볕정책은 눈에 보이는 효과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비판받았다. 북한으로 흘러들어 간 달러가 핵개발의 동력(動力)이었다는 지적이 특히 아팠다. 상호주의 노선의 대북 압박 정책은 압박에 따른 북한 변화가 예상 궤도와 어긋난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구멍 난 풍선에 바람 불어 넣기와 흡사하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달러는 끊겼다. 그런데도 핵과 미사일 사이즈는 더 커지고 있다. 석유를 대는 중국 요인(要因)만으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북한은 김일성이라는 인간을 신(神)으로 받들고 모셔 온 나라다. 독재자 가운데 신이 되려 한 인간은 더러 있었다. 그러나 한 번 신이 됐다 인간 세계로 다시 내려와 무사(無事)했던 경우는 없다시피 하다. 20세기 들어 히로히토(裕仁) 일왕(日王) 이외에는 전례가 없다. 거의가 무참한 최후를 맞았다. 히로히토에게는 전승국(戰勝國) 미국과 그 대리인 맥아더 점령군 사령관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번영의 길을 걷겠다는 것은 '신의 자손(子孫)' 김정은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말이나 같다. 개혁·개방은 언제 어디에서든 독재자의 가면(假面)을 벗긴다.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한 모든 독재자는 개혁·개방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그 성공의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 김정은이 핵 포기 이후 밀어닥칠 개혁과 개방의 파도를 버텨낼 자신이 있을까. 김정은에게 북한 체제의 수명 연장과 김씨네 신전(神殿) 붕괴 방지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절실한 과제일까. 지난 70년 '만들어진 신'을 중심으로 북한을 지배해 왔던 북한 권력 집단 전체의 선택 문제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수가 없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핵과 미사일과 김정은은 한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3대 요소다. 오래된 순서로 치면 핵·미사일·김정은 순(順)이다. 뿌리 줄기 잎사귀를 따지면 뿌리는 김정은에 닿는다. 뿌리가 남으면 줄기가 뻗고 잎사귀가 다시 매달리는 게 당연한 이치다. 북핵의 근원(根源)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고(思考) 전환이 필요한 때가 다가오는 듯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