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태평로] 폴란드의 미사일은 동쪽을 겨냥한다

최만섭 2016. 2. 4. 10:48

[태평로] 폴란드의 미사일은 동쪽을 겨냥한다

김태훈 여론독자부장
김태훈 여론독자부장
이제 북한 핵을 대하는 중국의 속내가 무엇인지 더는 궁금하지 않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또다시 예고된 장거리 미사일 도발의 폭풍 속에서 우리가 거둔 유일한 성과가 바로 중국의 본심을 파악한 것이다. 베이징을 향한 읍소는 더는 유효한 외교적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우리가 내밀 비장의 카드 없이 외교만으로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 필요성이 언급된 이후 중국이 보인 위협에 가까운 반응에 맞서 우리의 안보이익을 관철할 카드는 무엇일까. 먼 과거로 갈 것도 없이, 그리고 다른 나라로 갈 것도 없이 70년 전 중국이 꺼내 든 카드를 우리도 써먹으면 된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해리슨 솔즈베리는 저서 '새로운 황제들'에서 국공내전 당시 마오쩌둥이 "장제스와 중국을 분할 통치하라"는 소련의 압력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1948년 스탈린은 마오에게 "난징 아래 지역은 장제스가 차지하도록 양쯔 강을 넘지 말라"고 요구했다. 통일된 중국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 현상 유지'를 한반도 정책의 기본으로 삼은 지금의 중국과 다를 게 없다. 마오는 단호했다. 스탈린의 요구를 "교활한 말을 하는 자" "우리의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부했다. 북핵 대응 수단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고민하는 우리가 중국의 부당한 압력에 마오처럼 행동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오는 "문제점을 독자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며 항상 사실로부터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도 하나의 '사실'과 마주 섰다. 그것은 북이 네 번 핵실험을 했고 우리는 더 이상의 핵실험을 막아야 하며 더 나아가 북핵 폐기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국의 압력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판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우리 안보 주권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중국이 70년 전 소련을 향해 그렇게 행동했다.

대륙 반대편에서 폴란드가 러시아를 향해 벌이는 안보 주권 수호 투쟁도 참고할 만하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웃 나라가 침략당하는 것을 지켜본 폴란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MD를 도입하면 (폴란드가) 선제 대응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우파에게 승리를 안기는 것으로 이 협박에 맞섰다. 이어 지난 16일 폴란드 정부는 "안전보장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나토군과 미군이 영구 주둔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미사일 방어 훈련도 했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자칫 안보 위협을 부른다"며 우리가 쥔 패를 내던지자고 하는 패배적 평화주의자들은 폴란드의 결의를 곱씹어야 한다.

참고로, 스탈린은 자기 요구를 뿌리친 마오에게 물리적으로도 외교 적으로도 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로 주어진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마오는 중국을 통일한 뒤 스탈린과 만나고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단순히 나를 비난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나를 승리자로 인정했다." 우리도 중국이 우리의 뜻을 인정하도록 행동해야 한다. 협박에 주눅 든다면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