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당 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
인민생활 향상·북미 관계 등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한 구체적 국정 과제 밝힐 듯
그에 대응할 구상 준비해야
"사랑해, 정말 사랑해"라고 두 번 사랑을 강조하면 그냥 "사랑해"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랑한다는 뜻일까. "잘 자"라고만 말하면 "잘 자, 내 사랑" 할 때보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우리의 북한 읽기는 그런 식이었다. 그저 겉으로 드러난 단어의 개수로 북한의 내면을 지레짐작했다. 지난 10월 김정은의 열병식 연설에서 핵에 관한 언급이 없자 북한의 핵개발이 주춤한 듯이 해석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핵이라는 단어가 빠지자 "역시 우리의 해석이 옳았어"라고 뿌듯해했다. 5월 예정인 당 대회를 앞두고 공연히 대외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는 그럴듯한 근거도 만들어 붙였다.
객관적 평가 대신에 희망적 판단을 한 것이었고, 그만큼 우리의 독해 수준이 낮았던 것이다. 정부도 그랬고,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부끄럽지만 학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국제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북한이 가는 길은 분명했다. 북한 스스로 명백히 밝히고 있었다. 2013년 3월 발표된 경제·핵 병진노선의 의미를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경제 우선이냐 핵 우선이냐의 논쟁만 했을 뿐, 그것이 '노선'이라는 점을 소홀히 간주했던 것이다.
북한에서 노선이란 우리로 따지자면 국정 기조에 해당한다. 정부가 바뀌기 전에는 국정 기조가 변할 수 없듯이, 경제·핵 병진노선은 획기적인 환경 변화가 없는 한 김정은 시대를 이끌어 나갈 국가 전략인 것이다.
병진 노선에 따라 지난 3년간 북한은 경제 상황 개선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실시해 왔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굶어 죽는 시절은 지나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는 주민 비율은 87%에 달한다. 심지어 매일 고기를 먹는다는 비율도 23%로 나타났다. 병진노선 이전이던 2012년의 3%와는 비교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환경·보건의 질을 향상시켜 '사회주의 문명국'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제시될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병진노선의 또 다른 한 축인 핵 능력의 증강 역시 추진하고 있었을 것임은 자명했다. 핵을 실어나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는 그 일환이었다. 남은 과제는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였고, 언젠가는 시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핵실험 직후 발표된 북한의 정부 성명은 병진노선에 대한 찬양으로 마지막 문장을 맺고 있다. 더욱이 5월에 열릴 36년 만의 당 대회를 감안하면, 핵실험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래야만 신년사의 표현처럼 당 대회에서 병진노선이 "이룩한 성과들을 긍지 높이 총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 대신 굳이 '첫 수소탄 시험', '새롭게 개발된 수소탄'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병진노선의 성과물로 홍보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는 김정은 시대의 '서막'이었다. 올해 당 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개막'된다. 당 대회에서 '휘황한 설계도'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한 것은 바로 그 뜻이다. 설계도는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구체적 국정과제를 담게 될 것이다. 병진노선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임은 당연하다. 내부적으로는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경제, 대외적으로는 핵을 내세운 북미 관계 개선, 그리고 이러한 병진노선을 추진하기 위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제시가 핵심이 될 것이다.
그것이 과연 '휘황한 설계도'일지 혹은 '몰락의 자충수'일지는 알 수 없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