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수소폭탄

최만섭 2016. 1. 19. 10:57

[재미있는 과학] 핵분열·융합 반복하니… 원자탄보다 수백 배 강력

입력 : 2016.01.19 03:10-[수소폭탄] 


에너지 약 450배 증가하는 핵융합과 높은 열 발생하는 핵분열 반복으로
수소폭탄이 원폭보다 파괴력 강해… 北 이번 핵실험, 폭약 6000t 위력

지난 6일,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4.8의 인공 지진이 발생했어요. 이 인공 지진의 발생 원인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추정돼 전 세계의 긴장이 높아졌지요.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곧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어요.

수소폭탄은 원자폭탄과 마찬가지로 핵폭탄의 일종이랍니다. 다만, 수소폭탄이 원자폭탄보다 수백 배 이상 강력하지요. 핵폭탄의 위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트린 후 널리 알려졌어요.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이 원자폭탄은 14만 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빼앗고 주변을 폐허로 만들었죠. 핵폭탄의 폭발력은 왜 이렇게 강력한지 그 원리를 살펴보기로 해요.


핵분열·핵융합 과정에서 파괴력 발생해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인 원자의 핵을 쪼개는 핵분열이나, 다른 핵과 합치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핵폭탄의 가공할 파괴력이 얻어진답니다. 우선, 핵분열의 원리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면, 에너지와 함께 중성자라는 입자가 튀어나와요. 이 중성자는 옆에 있는 다른 핵을 때리며 또다시 핵분열을 일으켜요. 아주 짧은 순간에 핵이 쪼개지고 에너지를 내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엄청난 폭발력이 생기는 거예요.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소로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주로 이용해요.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상태가 불안정해서 10~15㎏ 정도를 한데 뭉쳐 놓으면 각각의 핵이 스스로 쪼개지면서 터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우라늄도 양이 적으면 폭발이 잘 일어나지 않아요. 양이 적으면 중성자가 옆에 있는 핵을 때리기 어려워지거든요. 이 점을 이용해서 적은 양의 우라늄으로 핵분열 반응이 천천히 조금씩 일어나게 조절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바로 원자력발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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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안병현

핵이 합쳐지는 핵융합의 경우에도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수천수만 도의 고열과 폭풍, 충격파가 발생해요.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요. 중력이 큰 태양은 압력과 온도가 매우 높고, 핵융합의 원료가 되는 수소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지요. 수소는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찌그러지면서 뭉쳐지는데, 이때 부산물로 에너지가 매우 큰 고속 중성자를 남긴답니다. 고속 중성자는 앞서 설명했듯 주변의 여러 핵을 때리고 다니며 핵분열을 일으키고요. 핵융합과 핵분열을 반복할수록 발생하는 에너지는 어마어마하게 커지지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무기, 수소폭탄

수소폭탄이 원자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혼자서도 무시무시한 재앙을 일으키는 원자폭탄이 수소폭탄 내부에서는 폭발을 돕는 기폭제 역할을 해요. 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아주 강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힘을 원자폭탄의 폭발 에너지에서 가져오거든요. 수소폭탄 내부에서는 여러 차례 폭발이 반복돼요. 일반 화약을 이용해 원자폭탄을 터뜨려 핵분열로 인한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로 인해 중수소(일반적인 수소보다 중성자가 한두 개 많아 무거운 수소)가 담긴 통이 터지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요. 핵융합 직후 에너지가 쌩쌩한 고속 중성자가 튀어나와 다시 우라늄을 때리고 다니며 핵분열을 일으키지요. 즉, 수소폭탄은 '핵분열→핵융합→핵분열'을 반복하면서 원자폭탄의 수백 배로 강해진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수소폭탄이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불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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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북한에서 실험한 수소폭탄의 위력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요? 국정원 추정에 따르면, 6킬로톤(㏏·1킬로톤은 폭발 속도 6900㎧인 TNT 폭약 1000t 위력)의 파괴력에 해당한대요. 서울에서 6kt의 핵폭탄이 폭발할 경우 수㎞ 이내가 초토화되고 사상자가 20만명 이상 나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재앙이지요. 그런데 사실 6kt의 폭발력은 일반적인 수소폭탄 위력의 약 0.5~1%, 원자폭탄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소폭탄 대신 수소폭탄과 원자폭탄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하다 실패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요. 증폭핵분열탄은 원자폭탄의 다섯 배 정도 강한데, 이번 폭발의 위력은 증폭핵분열탄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로 짐작되는 거예요. 하지만 북한이 시시때때로 핵실험을 발표하고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고 현명하게 대응해야 해요. 잇단 핵실험으로 기술 발전을 이룬 다음, 우리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