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특파원 리포트] 이란과 북한의 핵 대차대조표

최만섭 2016. 1. 20. 09:44

[특파원 리포트] 이란과 북한의 핵 대차대조표

장일현 유럽특파원
장일현 유럽특파원
이슬람교도가 아니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결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두 나라 갈등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한 데서 시작됐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사우디가 신의 복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저주했고, 이란 내 시위대는 사우디 대사관에 불을 질렀다.

이슬람 국가들은 종파별로 편이 갈려 있다. 시아파인 이라크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란 편에 섰고, 수니파인 바레인·수단·UAE 등은 이란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했다. 남의 나라에서 일어난 처형을 두고 이렇게 여러 국가가 치고받고 싸우는 건 현대인의 상식과 이치와는 잘 맞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전쟁만 하지 않는다면, 또 국제 원유 공급에 타격만 주지 않는다면 수니·시아파를 대표하는 양국이 뭐라고 싸우건 큰 관심은 없는 것 같다. 다만 국제사회가 서둘러 중재에 나선 건 '지금 이 순간의' 양국 분쟁이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테러, 대규모 난민 사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란 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다. 2013년 취임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의 '정상 국가화'를 주도하는 개혁주의자다. 그는 지난해 7월 국제사회 주요 6개국(P5+1)과 핵 협상을 타결했다. 10년 넘게 이란과 국제사회를 가로막아온 최대 걸림돌을 제거했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과 EU 등은 이란 경제 제재를 걷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란은 지난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 회담에 참여하며 국제적 발언권도 회복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핵 협상 타결로 로하니가 받게 된 첫 배당금"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갈등이 터졌다. 로하니 대통령에겐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미국과 영국 대사관을 점령했던 이란이 또다시 다른 나라 대사관을 공격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는 이란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다음 달 이란 총선에서 강경파 득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 강경파는 핵 협상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로하니 대통령이 사우디와 겪는 갈등에서 비롯된 국내외 고비를 잘 넘겨주길 바란다. 이란은 최근 국내에 보관해온 저농축 우라늄 11t을 해외로 반출하고, 아라크 원자로를 폐쇄했다. 국제사회도 약속대로 경제 제재 해제에 돌입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올해 이란이 경제적 번영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이 핵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때와 거의 비슷하다. 이란은 핵무기 의혹을 털어내면서 적어도 핵에 관한 한 국제사회의 모범생으로 거듭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 문제 를 해결하면서 국익의 대차대조표에 경제 재건과 국제사회 복귀라는 큰 이익을 적게 될 전망이다. 반면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더 강력한 제재라는 마이너스 대차대조표를 받아들게 될 전망이다. 그러고도 북 정권 스스로는 남는 장사를 했다고 여긴다. 하긴 김씨 왕조 유지를 최고 가치로 여기니 핵실험으로 인한 주민의 고통이 아무리 커도 대차대조표에 반영될 리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