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해결-2015년 12월 28일

日이 '위안부 책임·사과' 부정하는 순간 합의 破棄 선언해야(파기)

최만섭 2015. 12. 31. 10:44

[사설] 日이 '위안부 책임·사과' 부정하는 순간 합의 破棄 선언해야

입력 : 2015.12.31 03:23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측에서 과연 이것을 지켜나갈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는 매일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일본 당국자들이 이를 부추기거나 방조(幇助)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합의 다음 날인 29일 "한국 외교장관이 TV 카메라 앞에서 불가역적(不可逆的)이라고 말했다"며 "이렇게까지 한 이상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 말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30일 소녀상 이전이 위안부 지원 재단 기금 10억엔 출연의 전제조건으로 일본 정부가 이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정말 그렇게 말했고, 일본 정부가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합의의 근간(根幹)은 이미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언동은 합의 직후부터 시작됐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일본 기자들에게 "우리가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고 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진심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고 그저 10억엔을 포장하는 장식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는지 묻고 싶다. 다음 날엔 한국이 위안부 역사 자료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중단키로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10억엔과 위안부 문제를 바꾼 굴욕 협상이라는 말이 국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군위안부는 피해 여성의 규모나 동원의 강제성, 비참한 생활상 등 모든 면에서 20세기 최악의 여성 인권 유린 사건이다. 한국 정부가 20여 년에 걸쳐 일본 정부 차원의 사죄와 법적(法的)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국제사회가 이를 전폭 지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번에 그동안의 정부 입장을 포기하면서까지 합의에 동의한 것은 무엇보다 한·미 관계를 중시하면서 장기적인 한·일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합의 직후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을 향해 "대승적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일본 정부에도 국내 정치적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합의 내용에 들어간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사죄와 반성의 마음 표명' 등에 대한 일본 내 일부의 반발을 달래야 하는 아베 내각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그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국내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일본 측의 성실한 합의 이행'이라는 전제가 분명히 붙어 있었다. 그것이 성실한지 아닌지 판단은 일본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책임'과 '사죄'의 태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일본 정부는 알아야 한다.

위안부 합의는 매우 작은 것 하나로 전체가 깨질 수 있는 극히 민감한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합의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물론 사후 관리에서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모든 관련 부처가 나서도 설득이 쉽지 않은데 외교 차관들만을 보내 할머니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협상 과정에서 일본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일본에 엉뚱한 밀약(密約)을 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합의 내용의 모든 것을 국민 앞에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만약 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아베 총리나 일본 공직자들 입에서 흘러나오면 그 순간 합의 자체를 파기하겠다는 것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