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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중국 일대일로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두 가지

최만섭 2015. 12. 26. 10:45

[Weekly BIZ] 중국 일대일로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두 가지

  •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입력 : 2015.12.26 03:04
  • 아시아 인프라 수요 매년 730조원
    중국과 분쟁 중인 필리핀·인도·베트남조차 인프라 투자가 절실한 이슈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중국이 '숨어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서 이젠 '대놓고 힘을 드러내는' 대국굴기(大國堀起)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포석하고 있는데, 바로 일대일로 구상과 그 자금줄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이다.

    일대(一帶)는 중국을 기점으로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유럽에 이르는 육상 실크로드를 말하고, 일로(一路)는 중국 연안을 따라 동남아, 인도양을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다. 한마디로 미주 대륙을 빼놓고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하나로 묶어 65개국, 44억명을 아우르는 거대 경제권이다. 일대일로에는 중국 주도의 역내 경기 활성화와 고용 확대라는 경제적 목적이 있지만, 아시아 회귀 전략을 통해 대(對) 아시아 발언권 확대를 노리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정치적 동기도 깔려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이 유지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중국 중심의 패권과 경제권을 강화하려 한다.


    관련국들은 처음엔 기대 반 회의 반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11월 실크로드기금(40조원)이 창설되고, 올해 3월 AIIB 참여국이 확정되면서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AIIB의 경우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 독일, 프랑스도 가세해 참여국이 57개국에 이르면서 중국에 대성공을 안겼다. AIIB는 올해 말 출범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할 예정이다.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AIIB 설립이 빠르게 현실화된 이유는 관련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인프라 수요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성장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며 인프라 투자가 가장 시급한 지역 중 하나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0~2020년 아시아의 인프라 수요는 8조달러(약 9400조원)로 추산된다. 매년 약 73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현재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본금 1620억달러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싱가포르, 파키스탄 같은 중국의 우호국뿐 아니라 중국과 분쟁 중인 필리핀, 인도, 베트남도 인프라 투자만큼은 환영할 정도로 절실한 이슈인 셈이다.

    유럽 주요국 역시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영국, 독일 등은 일대일로의 주요 분야인 인프라 건설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고, 과거 아시아 식민지 자원 개발 과정에서의 인프라 정비 경험도 풍부하다. 게다가 AIIB가 설립되면 실크로드 지역과 연결되는 중국의 서부와 내륙 지역의 인프라 개발도 본격화된다. 미국과 달리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유럽으로선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인 셈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국제 금융 질서를 주도하는 상황을 바꾸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일대일로와 AIIB를 통해 중국이 거둘 효과는 더 클 것이란 게 대다수 의견이다. 먼저 중국은 실크로드 지역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을 명목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설비를 완전히 가동할 수 있다. 축소·폐기해야 할 철강, 시멘트 등의 생산설비를 재가동해서 수출로 돌리고 공장까지 이전할 수 있다면 경제 성장과 고용 효과는 확실하다. 둘째, 중국 외환보유액의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4조달러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액은 채권 투자가 많고 그중에서도 미국 등 선진국 국채가 절반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임을 감안하면 채권 가격 하락 부담이 엄청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외환보유액 운용을 인프라 투자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툭하면 불거지는 주변국과의 영토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인프라 투자로 협력하는 국가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쌍방 모두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넷째, 중국이 여러모로 공을 들이는 위안화의 국제화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AIIB는 위안화와 상대국의 통화로 무역 결제를 하고 또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따라서 대상국이 늘면 늘수록 국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외에 실크로드 대상국들과 관계를 좋게 해서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오는 원자재 수입 경로를 확보하는 것도 중국에 중요하다.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AIIB 출범과 함께 일대일로 구상도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AIIB에서 부총재직 확보와 첫 번째 프로젝트 참여, 나아가서는 북한 인프라 건설 유도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