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 Trans-Pacific Partnership ]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줄임말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국 간에 진행 중인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을 말한다.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 체제로 시작했으며 2013년 4월 현재 미국·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협상 참가국이 모두 최종 협정에 서명하면 국내총생산 합계로 세계경제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되고있다.
입력 : 2015.12.28 03:04 | 수정 : 2015.12.28 08:01
가입땐 새 수출 시장 개척 가능하지만 국내 시장서 일본 기업과 경쟁 불가피- 미·일 외교 및 안보 전략의 산물
美, 아시아에서 중국경제 확산 견제… 日, 자위권 행사·아베노믹스 실현위해
- TPP 가입시 한국의 '손실과 이익'
-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세계 GDP의 37% 넘는 세계 최대 경제권
TPP에는 미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12개국 참여가 확정됐습니다. 참가국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총 27조7000억달러로 세계경제의 37%를 차지합니다. 무역 규모(총 9조4000억달러)는 세계 전체의 25%를 넘습니다. TPP는 당초 2002년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 3개국의 경제 협력 논의에서 출발했다가 2005년 브루나이의 합류로 4개국(P4) 협정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어 P4협정은 2008년 미국이 관심을 보이면서 위상이 달라졌는데 2010년 호주·베트남·페루·말레이시아, 2011년 캐나다·멕시코가 협상에 합류했고 2013년 7월엔 일본까지 합류해 판이 커졌습니다. 결국 TPP는 세계 경제 규모 1위(미국)와 3위(일본) 국가가 모두 참여하는 매머드급 FTA가 됐습니다.
◇공정경쟁 보장, 노동·환경 규제 등도 포함
TPP 회원국들은 앞으로 30년에 걸쳐 전체 교역 품목의 95~100%에 대한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난항을 겪었던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규정과 의약품 특허 보호 기간 및 낙농품 시장 개방 문제 등에서도 예상을 웃도는 높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했습니다. 협정문은 총 30개 장(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영기업이 민간기업과 시장에서 경쟁하는 경우 시장원칙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불법 어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는 회원국 전체를 하나의 영토로 간주해 국내 규제를 완화하는 등 디지털 거래 활성화도 꾀합니다. TPP는 노동과 환경, 중소기업, 규제 조화 등 기존의 무역협정에 없던 새 분야도 포함합니다.
◇TPP는 세계 1·3위인 미국·일본의 합작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부상(浮上)'이라는 세계경제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 FTA 성격이 짙은 TPP를 추진했습니다. 일본·호주 등 전통 우방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지정학적 고려가 컸습니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도 전통적인 친일(親日) 성향에 따라 중국에 맞서는 TPP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와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지지 확보 수단으로 TPP 카드를 사용했습니다. 또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을 위해 TPP라는 외부 충격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고령화 흐름 속에서 노동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일본 시장 개방을 선택한 것이지요.
미국은 최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제안에 반대하는 등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가 아시아에 형성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물론 미국이 명시적으로 중국 봉쇄(封鎖) 전략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은 시장 접근성, 공정·투명한 무역 질서 등 '미국적 가치'를 중국에 이식(移植)하려 합니다. 미국이 TPP를 통해 국제 무역의 틀을 만들어놓고, 중국이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TPP 가입을 반대하지 않고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TPP 가입하면 정부조달 시장 등 새 시장 개척
TPP에 가입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TPP는 새 글로벌 통상규범의 제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TPP 규범은 향후 세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비회원국인 한국 상품이 다른 TPP 회원국 상품으로 대체돼 우리의 경제 이익이 크게 약화될 것입니다. 산업연구원(KIET)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화학 제품·기계류 등은 우리 제품이 일본산에 밀려 시장을 빼앗길 전망입니다.
반대로 TPP에 가입하면 멕시코·일본 등 새 수출 시장을 개척해 중국에 편중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술규제 관련 무역장벽 완화와 높은 수준의 전자상거래 규범으로 베트남·말레이시아·일본 등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됩니다. 베트남·멕시코·브루나이·말레이시아 정부의 조달 시장 진출도 확대될 것입니다. TPP의 강화된 시장 규범을 수용해 우리 경제 체질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우려할 점도 있습니다. 한국의 TPP 가입은 사실상 한·일 FTA 체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기계·부품소재 등 분야 국내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기업들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합니다. 한국 공기업의 불공정 경쟁, 엄격한 위생검역절차, 정부의 환율조작 여부, 쌀시장의 추가 개방,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 등 민감한 이슈가 TPP 협상 과정에서 제기되면 사회적 갈등이 첨예해질 수도 있습니다.
◇2017년 말 발효까지 2년여 준비 시간
TPP 추가 회원국이 되려면 기존 회원국들과 가입 협상을 벌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이 우리에게 과도한 개방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가입 신청이 들어오면 TPP는 국가별 작업반을 가동해 가입 희망국과 조건을 협의하게 됩니다. 최종 가입 결정은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TPP 최종 협정문은 내년 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또는 3월에 서명 절차가 완료되면 각국은 의회 비준 절차를 밟게 됩니다. TPP 출범의 가장 큰 관건은 미국 의회의 비준인데 현실적으로 2017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적으로 TPP 발효 시점은 빠르면 2017년 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사용어] TPP의 누적 원산지 규정(Cumulative Rule of Origin)
TPP에 가입한 모든 회원국 역내에서 수입된 재료와 공정(工程)을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회원국 간 완제품은 물론 부품·소재 교역에도 관세 장벽을 낮춰 거대 단일 경제권 형성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이는 TPP 미가입국들을 상대로 높은 장벽을 쌓은 것과 같다.
일례로 한국산 원사(原絲)를 베트남 현지 공장에 보내 옷을 만든 뒤 미국·일본에 수출하는 구조를 갖는 의류업체는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미국이 TPP 회원국에서 누적 생산된 의류 제품에 한해서만 관세율을 현재의 20%에서 무관세로 바꾸기 때문이다.
한국산 원사를 사용한 제품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사 공장을 한국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TPP 회원국으로 옮겨야 한다.
현재 한국산 부품·소재를 공급받아온 미국·일본 업체들은 같은 이유로 납품 업체를 멕시코나 말레이시아 등 TPP 회원국 기업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서 한국 기업들이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TPP 12개국 중 일본·멕시코 2개국을 뺀 나머지 10개국과 양자(兩者) FTA를 체결했지만 TPP 가입이 절실한 이유 중 하나가 이 규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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