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밍아웃: 덕후 + 커밍아웃… 자신이 몰입한 성향을 공개하는 것

"나 사실 ○○덕후야… 그동안 '일코'했다…"

• 변희원 기자

입력 : 2015.12.29 03:00 | 수정 : 2015.12.29 06:12

[왁자지껄 B급 사전]
덕밍아웃: 덕후 + 커밍아웃… 자신이 몰입한 성향을 공개하는 것

◇덕밍아웃: 신조어

마니아를 뜻하는 일본말 '오타쿠'를 우리 식으로 표현한 '(오)덕후'와 자신의 정체성을 외부에 공개하는 '커밍아웃'이 합쳐졌다.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 가수, 영화, 프라모델 등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는 성향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연예인 최초로 덕밍아웃을 한 사례는 가수 데프콘이 2013년 토크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여성 캐릭터 아스카를 좋아한다고 밝힌 것이다. 최근 덕밍아웃의 최대 수혜자는 심형탁이다. 일본 아동만화 '도라에몽' 덕후란 것을 밝히면서 '잘생겼지만 존재감은 미약한 일일극 단골 배우'에서 '어딘가 부족하지만 친근한 형'으로 이미지 변신을 했다.

데프콘은‘에반게리온’의 아스카 캐릭터가 그려진 침대 시트 사진을 SNS에 올려‘덕밍아웃’을 했다. /데프콘 트위터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에 빗대 단어가 만들어진 건, 그만큼 덕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으니 사회성이 모자란다는 게 덕후에 대한 통념. 아이돌 그룹의 덕후는 '공부는 안 하고 연예인이나 쫓아다니는 철부지', 애니메이션 덕후는 '연애를 못해서 2차원 캐릭터나 사랑하는 모태 솔로'라는 취급을 받으니 당당히 덕후라고 밝히기 힘들다. 대신 덕후들은 자신들을 이해 못하는 일반인을 '머글'로 분류한다. '머글'은 인기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사들이 인간을 지칭하는 표현. 덕후인 것을 감추고 일반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일코'라고도 한다.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이다.

알고 보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세상을 바꾼 인물들은 대개 한 가지에 몰입한 덕후들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능력자들'은 이런 덕후들을 '학위 없는 전문가'로 재조명하고 있다. '버스 덕후'는 러시아로 수출하는 한국산 구형 버스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어를 배워 현지 덕후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새 덕후'는 부화기를 만들어 직접 알을 부화시킨다.

◇파생어: 덕통사고

뜻 밖에 일어난 교통사고처럼, 어떤 일을 계기로 덕후가 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토요일에 분식집에서 틀어놓은 '응팔' 봤다가 정봉이한테 덕통사고를 제대로 당했어"라고 말한다면 "우연찮게 본 응팔 때문에 배우 안재홍의 팬이 됐다"는 얘기다. 덕후들은 덕밍아웃과 함께 '덕업일치'를 최고로 친다. 자신이 몰두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